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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별걸 다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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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별걸 다 낳는다

입력
2009.05.19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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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가 '산업의 보물'로 떠오르고 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기업마다 옥수수를 활용한 원재료 및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옥수수는 오염과 거리가 멀다는 장점 탓에 미래를 먹여 살릴 대안으로까지 꼽힌다. 배고픔을 달래주는 추억의 간식이나 가축에게 주는 사료 정도로 여겼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대접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건축장식자재 생산업체 LG하우시스는 최근 세계 최초로 옥수수를 주 원료로 하는 생(生) 분해성(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되는 성질) 플라스틱 '바이오 PSA'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유리창, 버스 등에 붙이는 광고용 필름으로 쓰인다. 그간 일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제품은 있었지만,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폴리염화비닐(PVC)을 전혀 쓰지 않으면서도 생 분해성을 갖춘 제품은 처음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옥수수는 특히 생활용품 분야에서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리빙위즈덤은 세계에서 처음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한 식물성 플라스틱(PLA)을 활용, '먹을 수 있는' 도마를 선보여 국내외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역시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환경호르몬 등 독성 물질이 없는 유아용 식기 세트를 만든 쇼콜라 관계자는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다달이 두 자릿수 이상 매출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에코 폰'과 한국후지제록스의 최신 복합기'아페오스포트 3 C3300'은 옥수수를 활용한 식물성 플라스틱을 각각 휴대폰 배터리 덮개와 복합기의 드럼 카트리지 커버에 이용했다.

옥수수를 활용한 원료 개발도 한창이다. 바이오 플라스틱 원료를 개발 중인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100조원에 달한다"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합성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규제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어 점차 옥수수 등을 이용한 식물성 플라스틱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옥수수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피죤이 최근 내놓은 악취 제거제 '쿨데오'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전분을 효소 처리한 사이클론덱스티린(녹말보다 분자량이 적은 당 물질)을 활용한 제품. 냄새가 밴 옷감 사이로 도넛 모양의 사이클로덱스트린이 침투, 구멍 안에 냄새 원인 균이나 냄새 분자를 가둬서 냄새를 없애준다.

웅진케미컬은 식물성 플라스틱을 고온으로 녹이면서 뽑아 낸 실로 만든 '소로나'라는 섬유를 개발했다. 이 섬유는 잘 구겨지지 않는 특성 때문에 등산복을 비롯한 아웃도어 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광동제약의 후원을 받은 중앙대 명순철 교수와 이민원 교수팀은 최근 옥수수 수염(옥수수의 암술) 추출물에서 항산화, 항염증 효과가 뛰어난 루테올린 등 3가지 물질을 찾아냈다. 이 물질을 실험 쥐의 방광과 전립선에 주입한 결과, 방광과 전립선 수축을 막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얼굴의 부기를 빼 미인형 얼굴을 만들어준다는 옥수수 수염이 중년 남성이 잘 걸리는 비뇨기과 질환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양태진 교수는 "옥수수는 생 분해라는 특성이 있어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은데다, 온실가스를 없애는 효과가 있어 바이오 연료로서의 가치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 교수는 "미국은 옥수수의 30%를 공업용으로 쓰고 있지만 우리는 먹거리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옥수수를 1차 가공한 중간 자재를 수입해 다양한 특성을 내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옥수수와 키우는 시기가 겹치지 않는 보리, 밀 등 월동 작물을 활용한 소재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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