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의 일생 가운데 37년 동안 게릴라부대를 지휘한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의 최고 지도자 벨루필라이 프라바카란이 18일 정부군의 총탄에 최후를 맞았다.
AFP통신 등 외신은 정부군에 포위된 프라바카란과 보좌관들이 이날 앰뷸런스와 승합차에 숨어 포위망을 벗어나려다 정부군의 사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스리랑카 군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정부군은 앞서 프라바카란의 아들 찰스 앤서니와 정치 담당 지도자 발라싱감 나데산, 평화협상 담당 시바라트남 풀리데반, 경찰 총수 일랑고, 동부 지역 지도자 라메시, 정보 담당 카필 암만 등 주요 반군 지도자들의 시신을 확인했다. 이로써 싱할리족에 맞서 소수 타밀족의 독립을 주창하며 무장투쟁을 해온 LTTE의 수뇌부는 완전 궤멸됐다.
프라바카란은 1954년 스리랑카 북부 자프나반도에서 태어났다. BBC 등에 따르면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는 나폴레옹, 알렉산더대왕 등 영웅은 물론 영국 지배에 맞서 무장독립투쟁노선을 이끈 인도 지도자들의 일생에 관심이 많았다. 싱할리족의 차별대우에 분노하던 청년 프라바카란은 열 여덟 살이던 1972년 무장단체 타밀뉴타이거(TNT)를 창설하고 무장투쟁을 시작했다. 1975년에는 고향 자프나 시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이듬해 TNT를 LTTE로 확대 개편한 그는 1983년 정부군과 본격적인 내전을 시작했다. LTTE는 이후 프레마다사 대통령을 암살하고 스리랑카 공항을 파괴하는 등 테러공격으로 악명을 떨쳤다. 2002년 정부와 휴전협정을 한 뒤 사실상 스리랑카 북부지역의 자치권을 행사했지만 2005년 마힌다 라자팍세 현 대통령이 당선된 뒤 다시 무력충돌에 들어갔다.
BBC는 프라바카란이 정부군에 체포되면 자살하기 위해 평소 극약캡슐을 목에 걸고 다녔으며 부하들에게도 이를 따르도록 지시할 정도로 비타협적이었다고 보도했다.
비판자들은 그가 휴전기간에도 무장세력을 증강하는 등 평화공존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휴전기간동안 반군의 근거지인 자프나반도를 개방하는 등 평화공존을 위해 노력했으며 정부군이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프라바카란이 사살되고 LTTE가 궤멸됨으로써 타밀족의 독립은 한동안 어려워지게 됐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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