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의 거취를 압박하는 일선 판사들의 움직임이 전국 법원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대법원 수뇌부는 사태 해결의 묘수를 찾지 못해 부심하고 있다. 사실상의 용퇴 촉구 움직임을 이어가는 소장 판사들과 자진사퇴 용의를 전혀 내보이지 않는 신 대법관 사이에서 속수무책이다.
지금의 '대치상황'을 풀 방법은 신 대법관의 결단뿐이지만, 대법원으로선 신 대법관의 거취와 관련한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반 정무직 공무원이었다면 벌써 자진 사퇴로 끝났을 일이지만, 탄핵과 형사소추가 아니면 헌법상 신분이 보장된 법관의 사퇴를 압박할 수단이 전혀 없다. 이용훈 대법원장이나 동료 대법관들이 신 대법관의 거취를 압박한다면 그 역시 개입으로 받아들여져 또 다른 파문으로 번질 수 있다.
소장 판사들의 '퇴각' 또한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자는 대의명분을 내세운 그들에게 먼저 물러나라고 양보를 요구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무엇보다 법원 내부의 분위기상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다는 점이다. 법원행정처 판사들이 일선 법원 판사들에게 발언 수위 조절을 부탁하는 전화를 돌리기도 했으나 논란이 되자 중단했다.
결국 대법원은 일선 판사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신 대법관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는 점도 대법원으로서는 걱정거리다. 대법원 관계자는 "신 대법관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0%에 가깝다"며 이번 파문이 신 대법관의 자진 사퇴로 해결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일선 판사들도 신 대법관의 사퇴를 명시적으로 촉구하거나, 연판장을 돌리는 등의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는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행동의 수위를 높였다가 법원 안팎의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일선 판사들은 직접적인 사퇴요구는 자제하면서도 판사회의 등 공식적 통로를 이용해 우회적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소장 판사들과 신 대법관 사이의 '저강도 대치'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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