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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꼬레아, 고마워요"… 신종 플루에 세계가 등 돌릴때 구호품 보내

입력
2009.05.18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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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시아스 아 로스 꼬레아노스!"(Gracias a los Coreanosㆍ한국인 고맙습니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활짝 웃고 있다. 세계 각국이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생해 패닉 상태에 빠진 멕시코로의 여객기 운항을 중단하고 입국 멕시코인들을 격리 조치하는 등 박대한 반면, 우리 정부는 유독 구호물품을 지원해 한국과 한국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KOTRA에 따르면 한국 기업인들이 거래 상담차 만나는 현지인마다 "한국인들이 신사다", "당신네 나라가 너무 고맙다"는 등의 말을 첫인사로 건네오는가 하면, 길거리에서도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는 등 한국에 대한 호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으로, 한국업체만 협력업체로 지정하는 등 지역사회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한국 기업들이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낼 절호의 기회로 보인다.

멕시코에서 한국 이미지가 이처럼 상승한 것은 우리 정부가 5일(현지시간) 50만달러(약 6억원) 상당의 원조물자를 제공하면서부터. 당시 멕시코 정부와 언론은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보내온 작은 정성을 대대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렸다. 구호물품은 신종플루를 막기 위한 마스크와 장갑, 폐기물 처리봉투, 귀 체온계 등이었다.

한국의 구호물품 지원은 중국정부가 상하이를 거쳐 홍콩에 들어온 멕시코인 1명이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자 같은 비행기로 입국한 멕시코인들을 무차별적으로 호텔과 병원에 격리한 것과 비교되는 조치였고, 일본이 양국간 체결된 비자면제협정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과도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었다. 특히 구호물품 전달식에서 주 멕시코 조환복 대사의 "지금은 차별 대우를 할 때가 아니라, 힘을 합쳐야 할 때", "멕시코는 인류를 위한 참호" 등의 연설은 아비규환에 처한 멕시코인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앞서 멕시코가 인접한 '형제 국가'들에게서 받은 설움도 한국과 한국기업을 돋보이게 하는데 한몫 했다. 멕시코에서 신종플루가 발생하자 페루, 쿠바, 에콰도르 등은 가장 먼저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고, 콜롬비아는 멕시코 축구팀과의 경기를 취소했다. 아르헨티나의 택시기사는 멕시코인의 승차를 거부해 '고립무원'에 처한 멕시코 국민들을 격분케 했다. 특히 세계 최빈국 하이티를 돕기 위해 70톤의 원조식량을 싣고 떠난 멕시코 군함마저 입항을 거절 당했다는 소식에 멕시코인들은 망연자실했다.

박동형 KOTRA 멕시코시티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 총괄센터장은 "멕시코는 과거 군사정권의 탄압을 피해 망명한 아르헨티나의 정치인, 언론인, 학생들을 받아준 데다, 학생운동을 하다 추방된 카스트로를 받아주고 쿠바 혁명정부의 산파 역할을 한 나라였기에 '형제 국가'들의 배신에 대한 실망과 충격이 더 컸다"며 "시의적절하고 차분했던 한국의 대응으로 국가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현지 진출 기업들은 잔뜩 고무된 표정이다. 모자를 생산하는 조이캡스 김철원 지사장은 "우리 정부의 침착한 조치 덕분에 거래처 사람들이 '한국은 신사의 나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며 "거래 상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최선규 멕시코 지사장도 "멕시코 국민들은 물론, 관료들도 탄복하고 있는 만큼 향후 매출 증대와 정부 관계자 미팅 등 업무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KOTRA 관계자는 "멕시코의 이번 현상은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당시 한국-터키 전에서 우리가 지고도 터키의 대형 국기가 우리 관중석에서 펼쳐지는 모습을 보고 감동 받은 터키인들이 한국을 다시 보게 된 현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앞으로 멕시코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는 효과로 나타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터키에서의 한국브랜드 상승으로 대 터키 수출금액은 2002년 8억7,000만달러에서 2003년에는 59% 급증한 13억7,400만달러, 2004년엔 전년 대비 71% 늘어난 23억5,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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