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국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디어법 때문이다.
선공(先攻)은 민주당이 했다. 민주당 이강래 신임 원내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6월 국회에서 미디어법을 표결처리 한다'는 3월2일의 여야 합의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이 신임 원내대표는 사정변경의 원칙을 내세우며 "한나라당의 재보선 참패는 MB 악법을 철회하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했다.
당연히 한나라당은 "여야가 국민 앞에 한 약속을 뒤집는 식언의 정치"라며 반발했다. 윤상현 대변인은 17일 "전임 원내대표가 한 약속을 뒤집는다면 앞으로 국회에서 어떻게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가 이뤄질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이 같은 선전전과 함께 여야는 각개 전투를 시작했다. 그 첫 전선이 '국민 여론조사' 실시여부였다. 국민들이 미디어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여론조사를 할 것이냐를 놓고 여야가 격론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방송통신위 산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에서도 위원들이 여야를 대신해 힘겨루기 중이다.
민주당은 무엇보다 국민 다수가 미디어법을 반대한다고 믿고 있다.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으로 국민의사에 반해 미디어법을 처리하려 하고 있어 여론조사를 실시해 국민의 뜻을 물어보자는 입장인 것이다. 특히 미디어위가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의 일방적 자세 때문에 여론수렴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17일 "미디어위 한나라당측 추천 위원들의 여론조사 거부 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런 불신을 반영한 것이다. 앞서 민주당 추천 미디어위원들도 "여론조사가 거부될 경우 미디어위 참여 여부를 심각히 재고하겠다"고 했다. 미디어위 보이콧마저 시사한 것이다.
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정부여당이 미디어위를 미디어법 강행 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분명해졌다"며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그런 미디어법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미디어위가 여론수렴을 위한 것인데 또 다른 여론조사를 실시하자는 것은 정치투쟁의 빌미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디어위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도 16일 "여론조사를 통한 입법은 원칙에 맞지 않고, 전문적 내용을 담은 미디어법에 대한 일반인 여론조사는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미디어법의 입법 취지는 여론 다양성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여론 독과점의 폐해가 방송 때문인지, 이른바 보수신문 때문인지 가릴 수 있는 매체별 영향력 실태조사부터 실시하자"고 역제안을 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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