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아수라장이었어요."대전 대덕구 법동 동부경찰서 인근에 사는 김모(55)씨는 16일 벌어졌던 화물연대ㆍ민주노총 조합원과 경찰의 충돌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김씨는 "시위대들이 만장 깃대를 죽창처럼 휘두르고 찌르면 경찰은 경찰봉으로 맞대응하고, 돌멩이가 날아들면 물대포로 반격하는 죽기살기식 싸움이었다"면서 "언제까지 이런 식의 시위문화를 되풀이해야 하냐"면서 혀를 찼다.
이날 충돌은 화물연대와 민주노총 조합원 1만여명이 전국 노동자대회를 가진 뒤 최근 목숨을 끊은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장인 고 박종태씨를 애도하며 거리행진을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초 조합원들은 둔산동 정부대전청사에서 집회를 갖고 중리동 네거리까지 차량을 통해 이동한 뒤 중앙병원까지 2개 차로를 점거해 행진하겠다는 집회신고를 했다.
시위대가 중앙병원까지 가는 과정은 비교적 순탄했다. 민노총 관계자도 "행진 도중에 시위대와 경찰간 작은 접촉이 있긴 했지만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6시30분께 시위대가 집회신고 내용과 달리 중앙병원을 지나 1.6㎞가량 떨어진 대한통운 대전지사로 행진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충돌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경찰은 중앙병원 입구에서 1차 저지선을 형성했지만 시위대의 기세에 500여m 가량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경찰은 결국 동부경찰서 앞 도로에 전경버스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 해산을 유도했다.
그러자 시위대도 고 박종태씨의 애도 문구가 적힌 만장의 대나무 깃대를 휘두르며 격렬히 저항했다. 만장 깃대 중에는 끝이 죽창처럼 뾰족한 것도 있어 경찰에게는 위협적이었다. 시위대는 대나무가 경찰 방패에 막혀 부러지거나 갈라지면 후방에서 다시 5,6개의 만장 깃대를 가져와 사용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인근 도로건설현장에서 구해온 돌멩이를 마구 던지기도 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번 충돌로 부상자도 속출했다. 경찰관 한 명이 시위대 차량에 치여 다리 골절상을 입었고 한 의경은 대나무에 눈이 찔려 각막 손상을 입는 등 경찰 104명이 다치고 시위대 수 십 명도 부상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바리케이드로 이용했던 전경버스 73대와 지휘차량 등 경찰차량 99대는 유리창과 철망 문짝이 부서지고 펑크가 나 마치 폭격을 맞은 듯 했다. 일부 버스에는 노조원들이 스프레이로 경찰을 향해 분풀이성 글귀를 적어 놓기도 했다.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시위대는 오후 8시께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까지 진출했으나 경찰의 포위망으로 회사 내부 진입이 여의치 않은데다 화물연대 지도부가"파업투쟁에 집중하자"고 설득하자 30분만에 해산에 나섰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검거조를 전격 투입해 참가자 457명을 연행, 대전시내 5개 경찰서에 분산 수용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전=허택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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