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에서 5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15일 경찰에 붙잡힌 10대 청소년 3명이 불과 7개월 동안 400여건의 강ㆍ절도 행각을 벌여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토바이틀 타고 다니면서 흉기로 행인을 폭행해 금품을 털거나 몰래 주택에 침입하는 등 거의 매일 하루에 두 차례 꼴로 닥치는 대로 범행을 저질러왔다.
절도ㆍ폭력 등 전과 4~5범씩의 전력을 가진 이들이 처음 만나 범행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께. 경기도의 한 가출청소년쉼터를 들락거리던 고모(19)군이 막 소년원을 출소해 쉼터로 찾아온 정모(17)군을 만나면서부터였다. 180㎝의 키에 90㎏가 넘는 덩치로 '두목' 역할을 했던 고군은 중학교 중퇴생 양모(15)군까지 끌어들여 3인조 범행을 계획했다.
이들은 훔친 오토바이를 각자 타고 심야에 고양시 일대 으슥한 골목길과 주택가를 누볐다. 막내인 양군이 망을 보는 동안 고군과 주군은 흉기로 행인을 협박해 금품을 털었고, 베란다 창문이 열린 집이 보이면 방충망을 뜯고 침입해 귀금속 등을 훔쳤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고양시 삼송동의 한 골목길에서 천모(52ㆍ여)씨의 손가방을 털려다 반항하자 8군데를 찔러 살해하는 잔인함까지 보였다.
애초 부녀자를 주로 노렸던 이들은 성인 남성들도 개의치 않았다. 지난 2월 고양시 덕양구에서 승용차를 타려던 송모(27)씨에게 길을 묻는 척 접근해선 벽돌로 머리를 내리친 뒤 30만여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이들은 자신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유소도 몰래 털어 수백 만원을 훔친 뒤 이튿날 버젓이 일하는 뻔뻔함을 보였고,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않는 영악함도 보였다. 고양시 일대를 주 무대로 삼았던 이들은 고군이 고등학교를 다녔던 수원시로도 진출해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들이 훔친 금품은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1,700만원으로 대부분 유흥비나 PC방 비용 등으로 사용됐다. 고양서 관계자는 "부모의 이혼 등 결손가정에서 자란 이들은 살인 후에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강ㆍ절도 행각을 밥 먹듯 해왔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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