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7일 북한의 '개성공단 법규 및 기존계약 무효' 선언에도 불구하고 일단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원칙아래,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중이다. 하지만 상황은 대화로 해결하기에는 점점 어려운 쪽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북측은 개성공단 폐쇄도 불사하겠다는 '벼랑 끝 전술'에 나선 상태다. 개성에 억류돼 있는 현대 아산 직원 유모씨도 순순히 풀어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남측이 강경한 대북정책을 고수할 경우, 압박수위를 낮출 의향이 전혀 없는 듯 하다.
이런 북의 의도에 맞설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데 정부 당국의 고민이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측 요구대로 비용 부담을 크게 올리면 입주기업 중에 버티는 곳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측 요구를 들어주더라도 얼마 후 다른 요구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북측 요구 수용은 상당히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씨 문제도 이와 연결돼 있다. 정부는 이 문제가 확고히 정리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개성공단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언제든지 북측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최소한 남북한 기본합의서에 따라 처리한다는 수준의 약속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개성공단 진전을 위한 논의 자체도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 문제를 풀기에는 큰 틀에서의 대북 정책 방향전환이 없이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 차원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스텝바이스텝'(step by stepㆍ개혁 개방 수위에 따른 대북 지원) 원칙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는 다소간의 출혈이 있더라도 북한의 '남한 정권 길들이기'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관계자는 "아직 북측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기에 대화의 여지는 남아있다"면서도 "그러나 압박수위를 점차 높여갈 경우 개성공단 폐쇄도 감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폐쇄에 대비해 입주 기업의 손실 부분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일부 보조하는 방안도 검토에 들어갔다.
북측 움직임에 우리 측은 일단 '강대 강'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만일 개성공단이 폐쇄되더라도 현실적으로 수익을 잃는 북측이 더 아쉬울 것이란 판단도 있는 듯 하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이 문제가 6자회담 등 국제사회에서 논의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유씨를 억류하고 비현실적 임금인상 등을 요구한 북측에 근원적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는 장기전에도 대비하고 있다.
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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