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6월1, 2일 제주에서 한ㆍ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를 주재하면서 자신이 주창한 '신 아시아 외교구상'의 본격 출발을 선언한다. 이는 올 3월 인도네시아 방문 때 밝혔던 대(對) 아시아 외교강화의 구체적 실행이며 최근 중앙아시아 2개국 순방에 이은 두 번째 외교적 이벤트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 대해 "(아시아 외교에)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면서 직접 준비 상황을 챙기고 있다. 각국에 한나라당 의원을 특사로 보내 친서를 전한 이 대통령은 정상들과 자신의 차량을 동급으로 맞추게 했고 정상들이 편안해 하도록 각 나라의 노래를 준비토록 하는 등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
이 대통령의 '신 아시아 외교구상'의 핵심은 경제적 상호 이익 증진과 함께 정치적으로 아시아 국가의 대변자 역을 자처, 아시아 중심 국가로 부상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그 첫 단추로 기대하는 것 같다.
'맞춤 외교'로 경제적 실익 극대화
이번 회의의 슬로건은 '실질적 관계, 영원한 우정'이다. 실질적 경제 발전과 문화ㆍ인적교류 증진을 통해 따뜻한 이웃으로 거듭나자는 취지가 담겨있다.
첫날 회의 주제는 '한ㆍ아세안의 협력 관계 평가 및 경제 등 발전방향'. 한ㆍ아세안은 이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완료를 선언하고 우리의 아세안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확대ㆍ자원과 기술의 체계적 공유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이 대통령은 올 초 아시아 지역 대사들에게 국가별 맞춤형 외교전략 마련을 지시했었다. 첫날 회의에서 인도네시아와는 산림 천연가스 석유, 말레이시아는 팜오일, 미얀마는 석유 가스 광물, 브루나이ㆍ베트남과는 석유자원 개발에 중점을 둔 상호보완적 교류방안이 논의될 예정인 것은 그 결과다.
이 대통령은 일본이 태국을 자동차 생산기지로 활용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던 점을 지적한 적도 있다. 이로 볼 때 첫날 회의의 지향점은 자원과 인구가 많아 경제적 잠재력이 큰 아시아 시장을 더욱 내실 있게 개발하자는 것이다.
역내공조 강화로 정치 중심국 도약 발판
둘째 날 회의 주제는 '범세계적 이슈에 대한 협력 강화'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방안과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등과 관련된 역내공조 방안이 중점 논의된다.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아시아권 목소리는 아직 미약하다. 따라서 아세안 등 개도국들은 의장국인 우리가 개도국 지원에 역점을 두기를 기대한다. 이에 이 대통령은 보호무역 철폐 등 아세안의 일치된 목소리를 이끌어 내면서, 경제위기 이후를 대비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의기간 국가녹색성장 전시관을 설치해 홍보키로 했고 향후 5년간 아시아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2억달러 규모의 기후 파트너십 사업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즉 한국의 앞선 녹색기술을 바탕으로 아시아 역내 공조를 이뤄 변화하는 세계에 대비하자는 게 둘째 날 회의의 골자다.
◆아세안이란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은 1967년 동남아 국가들의 역내 평화 및 공동 안보 필요성 때문에 만들어졌다.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 5개국이 창설 멤버이고 이후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가 가입해 총 10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의장국은 영문 알파벳 순서로 회원국들이 1년씩 돌아가며 맡는데 올해는 태국이다.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다음달 1, 2일 제주에서 열리는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한국과 아세안의 대화관계 수립(1989년) 20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의 행사다. 전체회의도 열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아세안 10개 회원국 정상과 연쇄 양자회담을 갖는다. 일본은 2003년 아세안과의 대화관계 30주년을, 중국은 2006년 15주년을 기념해 각각 자국에서 아세안과 특별정상회의를 연 적이 있다.
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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