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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게이트/ "집 구입은 모욕" →"계약만"… 盧측 발뺌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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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게이트/ "집 구입은 모욕" →"계약만"… 盧측 발뺌 발목 잡히나

입력
2009.05.1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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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모욕하지 말아 달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검찰 소환조사 당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100만달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이 '아들(건호씨)의 집 사는 데 돈이 필요하다'며 요청했다"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을 들이밀자 "그런 적 없다"며 보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후 검찰이 박 전 회장측이 40만달러를 추가 송금한 사실을 내밀자 노 전 대통령측은 주택 구입 '계약' 사실을 털어 놨다.

검찰은 이제 주택구입 계약만 했다는 노 전 대통령측의 해명도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며 압박하고 있다. 박 전 회장한테서 받은 140만달러와 출처불명인 20만달러 등 노 전 대통령측이 자녀에게 보낸 160만달러가 모두 실제 주택구입에 쓰인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는 검찰 조사에서 2007년 5월 권양숙 여사에게 받은 10만달러 가운데 5만달러로 주택 구입을 위한 선(先) 계약한 뒤 9월 박 전 회장이 홍콩 현지법인 APC 계좌를 통해 보내 준 40만달러로 나머지 계약금을 지불했으며, 이후 계약이 홀드(중지)된 상태라고 진술했다. 잔금 115만달러는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선 2년 전 계약금을 치른 주택의 매매계약이 아직까지 그 상태로 있다는 것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정연씨는 "계약서 원본을 찢어버렸다"고 검찰에서 진술, 의구심을 더 키웠다.

미국 내 부동산 매물정보 서비스업체인 MLS의 기록에 따르면 현재 이 아파트는 중국계 남성 웡(Wong)모씨가 소유자로 돼있다. 웡씨는 한국계 여성으로 추정되는 경(Kyung)모씨와 함께 2006년 7월 '레나 리버사이드 웨스트 홀딩'사로부터 151만 달러에 주택을 공동으로 구입한 뒤 2007년 4월부터는 단독 소유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기록에 나와 있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100만달러를 건넨 2007년 6월 직전 20만달러가 송금된 사실과 그 해 9월 다시 APC계좌에서 40만달러가 송금된 사실 등 160만달러의 흐름이 비슷한 시기에 집중된 점으로 미뤄 볼 때 정연씨가 계약금은 물론 중도금 및 잔금까지 치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100만달러의 사용처에 대한 박 전 회장의 진술이 일관되고 넉 달 만에 주택 가격과 정확히 일치하는 160만달러가 미국으로 건너간 사실로 보면 실제 주택거래가 있었음이 확실하다"며 "조만간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MLS 기록상 현재 주택 소유자가 여전히 웡씨로 돼있다는 사실은 노 전 대통령측 설명과 통한다. 검찰은 아직 소유권 이전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거나, 차명 소유의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웡씨로부터 계약서 사본을 확보하면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차명 소유의 경우라면 웡씨의 협조를 얻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뉴욕지사=ㅊㅊ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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