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한복판에서 상당히 요란스러웠던 1기 경제팀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2기 경제팀으로선 전략이 분명했다. "1기 경제팀과는 다르게"라는 모토만으로도 기본은 가능했다. 여기에 서서히 바닥을 다져가는 외부 경제 환경도 2기 경제팀에게는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100일까지는 이것만으로도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제부터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그래야 '훌륭한 경제팀'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 보통 이상은 했다
거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기 경제팀의 지난 100일간 성적을 '보통 이상'으로 매겼다. 응답자(20명)의 절반인 10명이 '다소 잘했다(4점)'라고 평가했고, 만점에 근접한 '4.5점'을 준 전문가도 있었다.
이외에 6명은 '보통 수준(3점)'이라고 답했고, 이 보다 다소 높은 '3.5점'을 부여한 이들이 2명이었다. 진보 성향의 학자 1명만 'MB노믹스'의 경제 철학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보통에 못 미치는 '다소 못했다(2점)'라고 평가했을 뿐이다.
1기와 2기 경제팀에 대한 평가를 극명히 가른 것은 '말'이었다. 임춘수 한국투자증권 전무는 "허황된 말과 공약을 하지 않고 국민들의 기대보다 보수적인 언급을 함으로써 경제팀에 대해 신뢰를 갖게 했다"고 말했고,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정책에 대해 말을 신중하게 해서 불안 요인을 만들지 않았다"고 평했다.
금융시장 안정도 2기 경제팀의 주요한 성과로 꼽혔다. 물론 정책 당국의 능력이라기보다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외부 환경 변화도 때로는 정부의 능력 중 하나"(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라는 평가다. 이두원 연세대 교수는 "외국환평형기금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킨 것이 가장 큰 공"이라고 말했다.
경제팀 간 호흡에 대해서도 대부분 "1기 경제팀에 비해서는 무리가 없다"고 진단했다. 물론 "한은법 분쟁에서 보듯 화학적 화합은 아니다"(강석훈 성신여대 교수) "잡음은 없지만 방향이 옳은지는 판단이 쉽지 않다"(하준경 교수) 등의 지적은 있었다.
■ 온기가 느껴질 때 군살빼기를 해라
이종우 HMC증권 상무는 "지난 100일간 새로운 정책은 전혀 없었고 대부분 이전 정책을 답습하는 정도였다"며 "1기 경제팀은 너무 튀어서 문제였지만, 2기 경제팀은 너무 물에 물 탄 듯 하다"고 꼬집었다. 새로운 아젠다나 비전 제시가 없는 2기 경제팀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얘기다.
강석훈 교수는 "1기 경제팀은 맞든 틀리든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모습이 있었는데, 현 경제팀에서는 적극적인 리더십이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것은 위기 이후의 비전 제시.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위기라는 급한 불은 어느 정도 꺼져가는 상황인 만큼, 우리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미래산업 전략은 무엇인지 비전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또 위기 이후의 '출구 전략'을 주문했다. 그 전 단계가 강력한 구조조정. 이 영 한양대 교수는 "경기가 좋아지는 기미가 있다고 정부가 고삐를 다시 늦춰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김광두 서강대 교수 역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 회복 속도가 늦어질 것이고, 회복이 된다 해도 선순환이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유동성 회수를 통한 인플레이션 관리, 그리고 재정 건전성 관리도 요구됐다. 윤석헌 한림대 교수는 "유동성을 적절히 회수할 수 있는 시기와 방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고,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향후 재정의 규율을 잘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문향란 기자
■ 윤증현 재정 '신중함·뚝심' 장점… '적극성 결여·관료주의' 단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기 경제팀의 중심. 그런 점에서 2기 경제팀에 대한 평가와 윤 장관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의 장점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 "윤 장관이 이야기하면 시장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받아들인다"(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는 것. 다른 사람이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도 윤 장관이 하면 시장에서 왜곡하지 않고 진의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뚝심도 장점으로 꼽힌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윤 장관은 대통령에게도 한 번씩 들이 받는 것 같다"며 "경제부처 수장으로서 매우 중요한 장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중함 역시 그의 미덕이다. "2기 경제팀의 환율 정책이 비교적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싶은 욕구를 가급적 자제한 탓"(구희진 대신증권 센터장)이다.
아쉬움도 적지 않다. 신중함은 곧 적극성의 결여로 보여질 수 있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윤 장관은 비관적인 얘기를 앞세워서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전략을 세운 것 같다"며 "큰 소리를 쳤다가 안 되는 경우 욕을 먹는 걸 피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전략으로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관료주의적인 태도를 문제 삼는 이도 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큰 일 벌이지 않고 정부가 모든 것을 행정력으로 다스리면서 위기를 넘기겠다는 전형적인 관료적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은 것이 한국은행법 개정. 이 교수는 "윤 장관은 한은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하자 '때가 아니다'고 버티고 나왔다"며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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