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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41>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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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41> 별

입력
2009.05.18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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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상순

혼자 속삭이면 무지개가 됩니다. 별.

또 한 번 속삭이면 골목길이 됩니다. 별.

그래서 자꾸 속삭이면 구슬처럼 구릅니다. 별.

홀로 속삭이면 자꾸 구릅니다. 별.

구르고 굴러서 저 혼자 떠납니다. 별.

내가 여기까지 왔을 때.

내가 이만큼 왔을 때.

내가 아직 여기 남아 있는데도. 별.

저 혼자 떠납니다.

나를 여기 남기고 떠나기만 합니다. 별.

끝내 내 곁에는 별이 하나 없어도. 별.

저 하늘을 유영하는,

들개, 까마귀, 늑대, 사이공, 병따개, 레바논, 유키.

몰락한 내 사랑을 완성하기 위하여. 별.

혼자 속삭입니다. 별.

● 병따개에 새겨져 있는 칠성사이다 상표를 보며 하늘에 새겨져 있을 병따개좌(座)를 생각하고 놀았다. 들개, 까마귀, 늑대… 별은 내 마음과 꼭 같이 생긴 그림을 그려주고, 별은 내가 부르는 이름대로 무지개 다리, 하늘에 난 골목길, 때로 반짝이는 구슬…. 내 마음과 꼭 같이 생긴 별들아, 내 사랑이 몰락한 슬픈 밤에도 마음의 분필 하나 들고 너희들 사이에 선분을 긋는구나. 그리운 이의 얼굴을 그리는구나.

서동욱(시인ㆍ서강대 철학과 교수)

● 박상순 1962년 생. 1991년 ‘작가세계’ 로 등단. 시집 <6은 나무 7은 돌고래>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등. 현대시 동인상(1996), 현대문학상(2005)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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