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무리한 (인상)요구를 한다면 공장을 철수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개성공단의 토지임대료, 임금 등 기존 계약을 전면 무효화 하겠다는 북한의 통지문 내용이 알려지면서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은 "올 것이 왔다"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특히 입주 업체들은 북측이 '통지한 사항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개성공업지구에서 나가도 무방하다'며 개성공단 가동 이후 처음으로 '철수'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자칫 '철수'가 '폐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올해 3월부터 개성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신발제조 업체 김 모 사장은 "지금도 월 1억원 가까이 손해를 보고 있는데 북측이 무리하게 임금을 올리며 철수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북측과 대화를 통해 조속히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측 근로자 540명을 고용하고 있는 ㈜나인의 이희건 대표는 "핵심은 인건비인데 현재 공식임금은 월 55달러지만 사회보장비 교통비 등 실제 비용은 100달러에 이른다"며 "임금을 올리더라도 숙련공과 비숙련공의 임금 차등화 등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 양측의 상황이 악화하면서 '개성공장 철수 엑소더스'의 우려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7~8개 입주업체가 국내외 경기 불황을 이유로 한국토지공사에 공장 철수를 의뢰한 상태다. 이런 정황에서 남북 간 정세가 더욱 악화되고, 임금과 토지사용료 등이 크게 오를 경우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공장을 닫는 업체가 쏟아질 개연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주업체 대표는 "정부를 믿고 개성공단에 투자했는데 손해만보다 철수하게 될 경우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무리한 요구로 철수하게 되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은 이번 북측의 통보가 민간 기업에 대한 위협이라기보다는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 성격이 짙어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측이 전방위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것이지, 공단 폐쇄 같은 극단적 조치로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입주업체 대표는 "개성공단에 올인한 업체들이 대부분이라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 원만한 타협을 이루길 기대한다"며 "추가되는 비용을 정부가 일부 보전해주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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