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숲은 더없이 아름답다. 신록이 짙어가는 가운데 나무들은 꽃을 피우고 새들이 노래한다. 아까시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조팝나무, 때죽나무, 산사나무 등은 흰 꽃을 달았다. 나리꽃이 꽃대를 올리는 것을 보면 곧 여름이다.
멀리 갈 것 없이 동네 뒷산이나 가까운 공원만 찾아도 숲을 만날 수 있다. 꽃과 나무와 새와 곤충이 더불어 사는 숲에서는 늘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호기심 어린 눈과 따뜻한 가슴만 있으면, 거기에 동참할 수 있다.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숲에서 삶을 배운다. 숲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용기를 얻고 행복을 발견한다.
김용규(42)씨는 나이 마흔에 잘나가는 벤처기업 CEO 자리를 버리고 숲으로 들어갔다. 자연에 세들어 '숲처럼 황홀하게'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지금 그는 충북 괴산의 숲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산다. 숲이 좋아서 숲을 공부하다가 아예 인생의 경로를 바꿨다.
숲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안내도 해주고 농사도 짓고 도시에서 삶의 방향을 잃고 해매는 사람들을 숲으로 초대해 자아를 성찰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일을 돕기도 한다. 지난 달 그는 <숲에게 길을 묻다> 라는 책을 펴냈다. 숲에서 얻은 자연의 가르침과, 기업을 경영하면서 또 살면서 쌓은 경험을 합쳐 녹여낸 깊은 성찰을 담았다. 숲에게>
CEO 시절 그는 아주 열심히 일했지만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숲을 찾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던 그는 어느 비 오는 날 산행 중 빗소리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황홀감을 느낀 이후로 숲에 푹 빠졌다.
책을 보면서 공부를 하다가 숲연구소에서 본격적인 수업을 받았다. 숲은 알면 알수록 놀라웠다. 세속의 성공론과는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경영철학이 숲에 있음을 깨달았다. 그에게 숲은 스승이다.
"탄생, 성장, 결실, 죽음에 이르는 자연의 순환과 관련된 모든 것이 숲에 있더군요. 태어난 것을 억울해 하는 생명은 없어요. 나무는 어떤 자리에서든 아무리 척박해도 주어진 곳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요. 모든 생명은 자기답게 살 수 있는 씨앗을 품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죠. 숲을 통해 나답게 살 수 있는 길을 배웠다고 할까요. 숲을 알고 나서 삶이 변했어요. 이해관계나 거래를 위해 비굴해지는 것을 버렸고, 허황됨도 버렸어요. 모두 숲이 가르쳐준 것들이죠."
나이 마흔에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숲으로 간 데 대해 주변에서는 많이 걱정하고 반대했지만,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는다. 그는 '행복숲 공동체'를 꿈꾼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저마다 사연이 있는 숲을 가꾸기 위해 뜻 맞는 사람들끼리 나무를 심어가는 계획이다.
수입은 줄었지만, 그는 행복하다고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괴산 숲에서 지금 어떤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하는 말에 즐거운 흥분이 가득 묻어난다.
"소쩍새가 울기 시작했어요. 검은등뻐꾸기는 얼마나 예쁘게 노래하는지, 새소리의 백미일 거에요. 딱새와 박새는 알을 낳고 부화해 한참 새끼를 키우고 있죠. 요즘은 엄마 아빠 새가 새끼들에게 둥지 바깥 세상을 보는 훈련을 시키더군요. 고라니는 울음소리가 줄어든 걸 보니 짝짓기가 얼추 끝났나 봅니다. 5월의 숲은 하얀 꽃이 많아요. 초록이 짙어가는 숲에서는 흰색이라야 눈에 잘 띄거든요. 꽃이 많아지니 벌들은 아주 바빠요."
전국의 국립공원이란 국립공원은 안 가본 곳이 없는 김진숙(29)씨는 자신의 인생이 나무와 풀에 빠진 첫 순간을 지금도 기억한다. 뒷산을 놀이터 삼아 뛰놀던 일고여덟 살 무렵 우연히 '꽃마리'라는 들꽃이 그의 발을 붙잡았다.
꽃의 지름이 2㎜나 될까. 그런데 이 눈곱만한 야생화에 코를 박고 들여다본 순간 꽃은 손바닥만큼 커보였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식물에서 가슴 뛰는 경험을 한 김씨는 대학에서 산림자원학을 전공으로 택했고, 주말이면 숲을 찾는 것이 일상이 됐다.
"숲에서는 말이 없는 대상과 교감할 수 있어서 좋아요. 나무든 풀이든 꽃이든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사진도 찍고 하다 보면 내 생각을 많이 비울 수 있지요. 풀 이름 몰라도 상관 없어요. 자연의 존재에 사람이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그저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이 자체로서 가치가 있다고 느낄 수 있거든요."
그는 지금 다니던 직장을 쉬면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해외봉사단에 참여하려고 준비 중이다. "아프리카 쪽으로 가서 녹지화나 식량 증식과 같은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봉사를 하고 싶다"고 덧붙인다.
주말이면 서울 홍릉숲에서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는 직장인 김신범(29)씨는 "숲에 대한 사랑은 본능"이라고 말한다. 20대 때부터 산과 숲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그는 "살랑이는 바람,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물 한 모금 마실 때의 상쾌함 등 평소에는 잊고 사는 사소한 것들이 고맙게 느껴지는 것이 숲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주말마다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홍릉숲에서 식물을 훼손하거나 애완견을 데리고 와서 오염시키는 일을 막는 지킴이 역할과, 매년 언제 싹이 돋고 꽃이 피는지를 확인해 보고하는 수목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다.
전국의 환경ㆍ생태시민단체의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모니터링 자료는 기후변화 등 당면한 지구의 문제를 진단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김희원기자 hee@hk.co.kr
■ '숲동이 놀이터'… 유치원 아이들의 공부방이자 상상의 공간
지난 11일 오전, 비가 내린다. 비옷에 장화 차림의 유치원 아이들은 오히려 즐겁다. "모이자"는 선생님 말씀도 듣는 둥 마는 둥. 세준(3)이는 혼자 장화발로 철벅철벅 물장난을 치느라 "빗소리를 들어보자"는 선생님 말씀에도 딴청이다.
숲유치원 '숲동이 놀이터'에 다니는 30개월에서 6세까지 8명의 원생들은 "나는 하늘 끝까지 가보았네. 세상 모든 것들이 나의 친구~"라고 터가(歌)를 부르고 유치원을 향해 내달렸다.
그들의 유치원은 서울 은평구 진관동 산자락에서 올라간 북한산의 숲. 30분이 걸리는 좁은 산길을 아이들이 앞장선다. 세살배기 수현이도 언제나 선두그룹이다. 엄마들이 함께였지만 엄마 손을 고집하거나 힘들다고 칭얼거리는 아이들은 없다. "애들이 너무 빨리 가지 않게 하는 게 엄마들 일"이란다.
나무의 냄새를 맡아보느라, 야생 난초인지 아닌지 따져보느라, 벗겨진 장화를 다시 신기느라, 사탕 하나를 꺼내먹느라, 한 줄기 바람에 감탄하느라 대열은 자주 멈추었지만, 아이들은 행렬의 사이사이를 누비고 다니며 어른들보다 1.5배쯤 더 움직였다.
숲동이 놀이터는 3월부터 월ㆍ수ㆍ금요일에 운영되고 있다. 원생들은 진관동과 역촌동 등 주변 15분 거리에 사는 아이들. 숲해설가인 정수운씨가 아들 마린(5)이와 조카 윤재(3)를 자연친화적으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아이디어를 내고 인터넷에 올려 회원을 모았다.
숲에서 무엇을 하느냐고? 무엇이든 하지 않는 것이 없다. 오늘의 수업 주제가 있기는 했다. 지난 번에 심은 묘목에 싹이 났는지 관찰하기. 잔디밭에 도착한 아이들은 나무를 보면서 "분홍색 꽃이 피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딸기" "오렌지!"라고 외쳐댔다.
숲동이 놀이터는 처음부터 "가르치는 유치원은 만들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른 환경단체 등의 생태교육 프로그램과도 차별화한 점이다.
숲 속에 방임된 아이들은 빈 나뭇가지를 웅덩이에 담가 낚시를 하거나 넘어진 나무등걸을 뛰어넘는 등 스스로 상상의 놀이를 만들어냈다. 나무에 착 달라붙는 '매미놀이'도 그 중 하나다. 숲동이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놀이터이자 공부방이자 상상의 마당이었다.
아이들과 엄마들의 관계도 유별나다. 인터넷으로 만난 30~40대의 엄마들이 온라인동호회에서 흔히 그러듯 피에로ㆍ함박울ㆍ버들ㆍ괴물ㆍ풀벌레 등의 별명을 지어 부르자, 아이들도 "나 오늘 함박울 집에 놀러가도 되요?" "괴물 이리 와요!"라고 부르고 있다.
엄마들은 품앗이 교사로 동화를 읽어주고 노래를 가르치고 넘어진 아이를 일으키면서 모두의 엄마이자 선생님 역할을 맡는다.
숲을 다니기 시작한 아이들이 자연을 빨아들이는 흡수력은 하루가 달랐다. 처음엔 몸에 뭐라도 묻을세라 꺼리던 유후(4)는 이제 풀벌레도 이파리도 선뜻 만지고 들여다본다.
유후의 어머니 버들은 "숲유치원에 오지 않는 화ㆍ목요일은 보통 어린이집을 가는데, 유후가 아침에 눈만 뜨면 묻는 게 '오늘 어디 가는 날이야?'예요. 어린이집에 간다고 하면 풀이 죽지만 숲에 가는 날이라고 하면 발딱 일어서죠."
남들은 영어유치원이다 뭐다 하는데 숲에서 아이들을 놀리는 엄마들은 어떤 생각일까. "공부요? 잘하면 좋지만 못 해도 할 수 없는 거고. 나중에 자기가 할 마음이 들 때 뒷바라지해 주면 되죠." 영선(5)이 엄마 나무의 말이다.
숲동이 놀이터의 기반인 생태보존시민모임의 여진구 대표는 숲유치원의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 "자연이 키운 아이들이 나중에 사회의 주역이 되어 있을 때 지구와 생태를 생각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은 모임 사무실에서 갖고 온 반찬으로 점심을 먹고 놀았고, 영선이는 끝내 "집에 가기 싫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김희원기자
■ 냄새 맡아보고 귀에 대 보고… "숲이 몸안으로"
"나는 땅이다. 내 눈은 하늘이며, 나의 팔과 다리는 나무다. 나는 가죽이며, 물의 깊이다. 나는 자연을 정복하고 착취하기 위해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자신이 자연이다."
미국 인디언이 썼다는 이 시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태적 지혜를 전한다. 숲은 자연에 조응하는 인간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전문가들에게 숲을 좀더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그들은 "무언가를 얻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숲에 들어가면 숲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 나무 되어보기
숲은 느림의 공간이다. 숲의 시간과 문명의 시간은 다르다. <신갈나무 투쟁기> 의 저자로 유명한 차윤정씨는 숲에서 자연의 시간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무 되어보기'를 권한다. 다리가 아프고 몸이 고통스러워질 때까지 꼼짝도 않고 서 있어 보면 나무처럼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인생이 얼마나 살 만한지 깨닫게 된다는 것. 신갈나무>
비 오는 날, 비 맞는 나무 흉내내기도 좋다. 비옷을 입고 두 팔을 하늘로 뻗거나 수평으로 펴면서 활엽수와 침엽수의 모양을 따라해보는 것이다. 비옷 위로 빗물이 흘러내려가는 것이 각각 어떻게 다른지 몸으로 느끼면서 나무를 더 잘 알게 된다.
● 걷기
걷기는 가장 손쉬운 숲 체험 활동의 하나이지만 여러 가지로 응용이 가능하다. 남효창 숲연구소 소장이 권하는 방법은 밤에 숲길 걷기다. 캄캄한 숲의 적막 속에 있으면 감각이 예민해지면서 나무향기, 바람소리 같은 것들을 뚜렷이 감지할 수 있다.
바닥이 울퉁불퉁하고 나무 뿌리와 바위 등으로 지형이 복잡한 곳에 굵은 밧줄을 설치하고 눈을 가린 뒤 줄을 잡고 낮은 자세로 걸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더듬더듬 손으로 만지면서 걷다 보면 숲이 더 잘 느껴진다. 손거울을 눈 밑에 바짝 대고 걸으면 거울에 비친 숲이 놀랍거니와 몸이 허공에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에 탄성이 절로 난다.
● 만지기, 냄새 맡기, 듣기
만져 보면 숲이 몸 안으로 들어온다. 나무의 몸통을 쓰다듬거나 나뭇잎을 만져 매끄러운지 거친지 느끼는 일은 눈이 미처 보지 못하는 것들을 알려준다.
단순히 숲 바닥에 누워 숲의 냄새를 맡아보는 것도 유익한 방법. 가장 편안한 상태로 누워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면 된다. 전영우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전나무와 소나무의 송홧가루가 날리고, 아까시나무가 절정인 5월은 숲 향기를 맡기에 최적의 시기라고 설명했다.
나무의 심장 소리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청진기를 대면 나무가 물 빨아올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꾸르륵 꾸르륵' 소리가 신기하다. 4~6월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가 가장 좋은 시간. 수피가 얇은 나무나 활엽수에서 더 잘 들린다. 나무의 심장 박동은 빛의 세기에 따라 불규칙하게 변하므로 10초 이상 가만히 귀를 대보는 게 좋다.
● 놀기
"숲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별로 놀 것이 없다"는 불만은 이제 그만 접자. 나무를 이용한 놀이는 무궁무진하다.
솔방울을 주워 멀리 떨어진 모자에 던져 넣는 놀이나 나뭇조각으로 퍼즐 맞추기, 나뭇잎을 입으로 불어 멀리 보내기, 두루마리 화장지 심에 눈을 대고 숲을 바라보는 종이망원경 놀이 등도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숲속 놀이다. 아이들은 수북한 낙엽 더미 속에 들어가 얼굴만 내밀고 애벌레처럼 누워 있기만 해도 웃음소리가 커진다.
● 다양한 숲 체험 프로그램
서울시는 주말마다 남산, 인왕산, 관악산 등 서울의 20개 산과 공원에서 숲속 여행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전문가의 안내로 숲길을 걸으면서 보고 듣고 배운다. 참가하려면 서울시 숲속여행 홈페이지(http://san.seoul.g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숲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요 기관과 단체로는 숲연구소(02-722-4527), 숲해설가협회(02-747-6518), 생명의숲국민운동(02-735-3232), 숲과문화연구회(02-745-4811) 등이 있다. 숲연구소의 5월 숲 탐방은 26일 불암산으로 간다.
생명의숲국민운동은 매주 토ㆍ일요일 홍릉수목원, 화ㆍ토요일 관악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숲과문화연구회는 16일 가평 연인산으로 잣나무숲과 야생화를 만나러 간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 숲에 대해 공부하려면…
숲은 그냥 좋다. 숲에서 거닐거나, 드러누워 쉬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알면 더 잘 보이는 법. 내친 김에 숲을 공부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숲 교육 프로그램은 전국에 수십 개가 넘는다. 풀과 나무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을 배우는 입문 과정부터 숲의 동식물과 생태 등을 깊이 배워 숲해설가가 될 수 있는 전문가 과정까지 있다.
숲연구소는 산림청의 숲해설가 교육 인증기관 1호다.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생태아카데미를 시작해 2007년 인증을 받았다. 여기서 전문가 과정을 마치고 숲해설가 자격증을 받은 사람이 300여명 된다.
현재 산림청이 인증한 숲해설가 교육기관(단체)은 모두 11곳(표 참조). 그중에도 숲연구소의 전문가 과정은 공부를 많이 시키기로 유명하다. 주말 현장 수업을 포함해 주 2회 8개월간 수업을 들으려면 열정이 필요하다.
집이나 직장 근처 나무나 숲을 4개월 이상 관찰해서 나만의 수목도감을 만드는 숙제도 해야 한다. 그래도 배우려는 사람이 많아서 면접을 해서 뽑는다. 참가자들은 20대 직장인부터 주부, 교사, 60대 은퇴자까지 다양한데, 갈수록 젊은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남효창 숲연구소 소장은 숲 전문가 과정 입학식을 “결혼식”이라고 부른다. 숲과 한가족이 되는 날이라는 뜻이다. 졸업식에서는 “숲해설가가 아니라 생태철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못났거나 병들었다고 가족을 버릴 수 없듯 숲도 그래요. 이로운 나무와 싫은 나무를 구분하는 것은 사람의 편견일 뿐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존재의 가치가 있지요. 그런 겸허한 자세가 숲 공부의 기본입니다. 숲 공부는 머리만으로 하는 게 아니고 가슴으로 하는 겁니다.”
숲해설가는 숲 관련 단체의 숲 체험 프로그램을 이끌거나 휴양림이나 수목원, 국립공원 등에서 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업적인 목표보다는 숲이 좋아 더 알고 싶어서 배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꽃이나 나무에 관심이 많아서 시작했다가 숲 전체를 마음 깊이 받아들이며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개안을 경험한다.
숲연구소에서 배운 중학교 생물교사 서수영(51)씨는 “숲의 냄새, 소리, 꽃과 나무, 새, 곤충 그리고 토양까지, 숲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교감하며, 그들이 한덩어리를 이뤄 살아가는 관계를 배우면서 감동했다”고 말했다.
숲해설가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는 숲을 공부하면서 너그러워지고 행복해졌다고 한다. 숲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 숲해설가 교육 인증 기관ㆍ단체
숲연구소 (02)722-4527
충북숲해설가협회 (043)-255-2845
상지대 숲해설가 양성교육원 (033)738-7589
숲해설가협회 (02)747-6518
국민대 평생교육원 & 숲과문화연구회 (02)914-6893
숲환경교육센터 (043)253-3339
숲해설가협회 광주전남협회 (062)223-3279
숲생태지도자협회 (02)313-5591
전남산림자원연구소 완도수목원 (061)552-1544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062)528-1187
순천대 평생교육원 (061)750-5070
오미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