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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거침없는 박근혜… 안밀리는 이상득… 꿈틀대는 이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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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거침없는 박근혜… 안밀리는 이상득… 꿈틀대는 이재오

입력
2009.05.1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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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공식 서열은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정몽준 최고위원 순이다. 하지만 당내 파워와 영향력 순서는 딴판이다. 당 관계자들은 "실질 랭킹을 매긴다면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이재오 전 최고위원 순"이라고 말한다. 정몽준 최고위원이 최근 '그림자 정치'란 표현을 쓴 것은 실세들이 막후로 빠져 있는 '풍경'을 겨냥한 것이다.

당의 3대 대주주는 박 전 대표, 이 의원, 이 전 최고위원인 셈이다. 특히 주류의 좌장인 이 의원과 비주류 수장인 박 전 대표의 파워는 막강하다. 물론 이 의원의 힘은 이 대통령을 대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파워는 주류측이 제의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노(No)' 한마디로 무산시킨 데서 실감할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김무성 카드'를 선호하던 일부 친박계 의원들까지 침묵으로 돌변했다. 경주 재선거에서 박 전 대표가 내심 밀었던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압승한 것도 위력을 보여준다. 2월 국회 막판에 박 전 대표가 "이제 야당이 양보해야 한다"고 말한 직후 여당 의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민주당이 한발 물러선 것도 그렇다.

주류측의 축은 이 의원과 이 전 의원이라는 데 이론이 별로 없다. 박희태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을 준비하면서 두 사람과 직간접적으로 상의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의원측은 "SD(이 의원 이니셜)가 당무에 깊이 관여한다는 주장은 과장됐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이 의원이 최근 경주 공천에 관여하는 등 막후에서 당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다수 의원들이 알고 있다. 지난 연말 수천억 원에 달하는 '형님 예산'(포항지역 사회간접자본 예산) 통과를 위해 여당 예결위원들이 발벗고 나선 것도 그의 파워를 보여준다.

미국에서 갓 돌아온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적 언행을 자제하고 있지만 공성진 진수희 의원 등 친 이재오 성향 의원들은 그의 귀국을 계기로 목소리를 높이고 결속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 사람 주변에는 의원들이 몰린다. 박 전 대표와 이 의원(이 대통령 직계 포함) 주변에는 각각 의원 50여명이 포진하고 있고, 이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의원도 15~20명에 이른다.

대주주 파워의 원천은 무엇보다 공천권이다. 의원들은 지난 총선 때 공천을 줬거나, 다음 총선 때 공천을 줄 수 있는 리더가 누구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다수 의원들은 대주주들을 비판하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다. 심지어 개혁 성향 초선 모임인 '민본21'도 공개 석상에서 박 전 대표와 이 의원의 이름을 거론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당 쇄신을 성공시키려면 의원들 스스로 계보 족쇄에 매몰되지 말고 할 말을 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또 대주주들도 권한과 영향력만 행사하지 말고 그에 걸맞은 책임과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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