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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수족구병' 무신경 보건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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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수족구병' 무신경 보건당국

입력
2009.05.1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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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구(手足口) 병은 하찮은 질병으로 알려져 왔다. 아이들 손바닥에 물집이 생겨 수족구 증상이 보여도 ‘한 며칠 고생하겠거니’ 하고 치운다. 그런데 국내에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갓 12개월 된 아기가 어린이날 세상을 떠났다. 수족구 바이러스가 아기의 뇌에 침투해 뇌염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올들어 이미 80여명이 숨졌다. 수족구는 더 이상 하찮은 질병이 아닌 것이다.

사망자까지 발생했는데도, 보건당국은 수족구쯤은 하찮다는 식이다. 4일 이 아기가 의식불명 상태라고 신고되고, 8일에는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똑 같은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검사결과가 나왔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자체 발행하는 주간지에 질병사례로 소개하고 치웠을 뿐이다. 보건당국 최고 책임자인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조차도 13일에야, 그것도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을 정도다.

언론이 전문용어로 가득한 주간지를 뒤지지 않았다면 수족구 때문에 우리 아기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은 지금도 남의 나라 얘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해명이 가관이다. “신종인플루엔자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수족구는) 국민들에게 알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언론보도가 나온 이후 애 키우는 집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데도, 보건당국은 여전히 수족구쯤은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에 있다. “수시로 발생하고 감기처럼 쉽게 지나가기 때문에 예년보다 환자가 더 많아지면 국민주의보를 발령하겠습니다.”

보건당국은 국민들이 아무리 하찮게 여겨도 조심 또 조심하라며 귀찮게 해야 한다. 그러나 보건당국의 행태를 보면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알고 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유병률 사회부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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