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W서울워커힐호텔의 칵테일바 우바에는 저마다 최고로 자부하는 10명의 바텐더들이 실력을 뽐내는 자리가 마련됐다. 영국 주류업체 디아지오가 7월 런던에서 주최하는 제1회 월드 클래스 바텐더 대회에 참가할 한국 대표를 뽑기 위해서다. 세계 최고의 바텐더를 뽑는 이번 대회에는 26개국의 바텐더가 출전한다.
디아지오코리아 주최로 3월 초에 열린 필기시험을 시작으로 이날 대회로 마무리된 한국 예선에서 강남구 청담동 커피바K의 바텐더 임재진(27)씨가 대상자로 선발됐다. '국가대표 바텐더'가 된 임씨에게 칵테일의 매력과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칵테일에 대해 들어봤다.
■ 일단 섞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5년차 바텐더인 임씨가 오랜 경력의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자신감 있는 태도 덕분이었다. 그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자신이 개발한 칵테일을 선보일 때도, 정해진 짧은 시간 내에 지정 칵테일을 완성할 때도 떨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로 '수많은 도전과 시도'를 들었다. "궁합만 잘 맞춰 준다면 다른 재료와 어울리지 않는 식재료란 없다.
따라서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시도를 해 보는 게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 위스키에 브라운 카카오와 오렌지주스, 파인애플 주스 등 7가지의 재료를 넣은 '워킹 인 스페이스'라는 창작 칵테일로 심사위원의 호평을 받은 그는 평소 손님들과의 대화, 음식점의 다양한 메뉴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그가 우연히 발견한 소주 칵테일은 홈 칵테일로도 권할 만하다. 소주 1잔(30ml)에 시중에서 판매되는 식초음료와 사이다를 각각 소주의 2배 분량으로 섞은 다음, 레몬 1개를 통째로 즙을 내 넣고 오이를 길게 잘라 칼집을 내고 컵에 장식처럼 꽂아주기만 하면 된다.
소주 특유의 향은 사라지고 새콤한 맛이 나 보드카를 베이스로 쓴 칵테일 못지않게 여성들에게 환영받을 만하다. 컵에 꽂아 둔 오이는 칵테일이 배어들기 때문에 안주 삼아 꺼내 먹어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 칵테일은 감성적인 술
방송PD 지망생으로 신문방송학도였던 임씨는 휴학하고 희망 진로를 바텐더로 돌렸다. 틀에 박혀 있지 않고 늘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단골 손님이 바를 찾을 때면 편한 친구가 집에 놀러 오는 느낌까지 받기 때문에 그는 '한국 최고'라는 목표를 세워 놓고 칵테일을 연구할 수 있었고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그는 칵테일이야말로 바로 그런 새로움의 매력이 있는 술이라고 말한다. 창의력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은 단지 술이 아닌 감성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전에 맛보지 못한 특별한 칵테일이라는 칭찬을 들을 때 가장 기쁘다.
그가 또 다른 홈 칵테일로 추천하는 자스민차 칵테일에도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 위스키와 따뜻한 자스민차를 1대3의 비율로 섞고 민트를 넣어 마시면 몸이 금세 노곤하게 풀린다고 한다. 칵테일 한 잔으로, 하루 종일 피곤하게 일하고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불면증에 시달리는 남편의 감성을 만족시키는 '내조의 여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 술은 섞어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
칵테일처럼 서로 다른 주종을 섞어 마시면 다음날 아침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건 배합 비율의 미묘한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뿐 일반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 임씨의 말이다. 오히려 그냥 맥주, 또는 와인만 마시기보다 섞어 마시면 평범한 술자리도 특별한 밤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것.
와인도 칵테일로 만들어 보면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와인 칵테일 샹그리아는 딸기와 오렌지, 레몬즙과 와인, 사이다를 함께 넣어 집에서도 간단히 즐길 수 있다.
맥주는 소주나 양주와 섞은 폭탄주만 생각하기 쉽지만, 맥주와 토마토 주스를 동일한 양으로 맞춘 칵테일 '레드 아이'는 신선한 맛을 내면서도 든든한 포만감을 준다. 곧 찾아올 무더운 여름 밤엔 맥주와 사이다, 맥주와 코냑의 조합, 또는 거품이 많은 흑맥주와 스파클링 와인의 만남도 궁합이 잘 맞는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