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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힘내세요,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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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힘내세요, 선생님들

입력
2009.05.18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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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다. 평생 믿고 따를 수 있는 스승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제자가 아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스승은 삶의 고비에 맞닥뜨릴 때마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돼 준다. 스승은 학교에서만 만나는 게 아니다. 책 속에 역사 속에, 그리고 학교 밖에도 스승은 얼마든지 있다.

곡절도 많았던 스승의 날

하지만 역시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의 영향이 가장 크다. 君師父一體(군사부일체)라는 전통시대의 말은, 실은 선생님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실체가 애매한 君과 실체가 너무도 분명한 父 사이에서 스승은 그 둘을 연결해 주고 소통케 하는 존재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에서 스승의 날은 곡절이 많았다. 1958년에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이 세계 적십자의 날인 5월 8일을 맞아 병중이거나 퇴직한 교원들을 찾아 위문한 것이 스승의 날의 시초다. 이어 1963년 청소년 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가 5월 24일을 은사의 날로 정했고, 다음해에는 5월 26일로 날짜를 변경하면서 스승의 날로 명칭도 바꿨다. 그 뒤 1965년 정부가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지정했지만, 1973년엔 서정쇄신 방침에 따라 이 날을 없애 버렸다. 스승의 날이 부활된 것은 5공화국 때인 1982년이었다.

이런 곡절은 스승의 날이 선생님께 촌지나 선물 주는 날로 인식돼 버렸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학부모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으로 지출이 많은 5월의 한복판에 스승의 날이 자리잡고 있다. 20여년 전 문교부(지금은 교육과학기술부)에 출입할 때 어떤 과장이 스승의 날 선물 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보았다. 이른바 상급기관인 문교부 관리도 그러니 일반인들의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다. 스승의 날을 없애거나 학년 말인 2월로 옮기자는 논의는 이런 데서 비롯된 것이다.

선생님들도 스트레스가 심하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아이들과 학부모 보기가 괜히 면구스러워지고, 다른 교사들과 비교되는 것도 불편한 일이다. 담임을 맡지 않은 교사는 선물도 거의 받지 못한다. 외국에는 없는 스승의 날을 정해 놓고 "수업하지 말고 촌지나 선물 받으세요" 하는 것 같아서 스승의 날이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는 교사들이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 날을 맞아 교원 6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스트레스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교직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25.3%)이 꼽혔다. 교직 만족도나 사기가 최근 1~2년간 떨어졌다는 응답이 절반이 넘었다(55.4%). 가장 큰 이유는 학부모ㆍ 학생에 대한 권위 상실(66.4%)이었다.

그러나 교사에 대한 사회의 기대는 여전히 높다. 교직에 대한 인기도 대단하다. 세계 경제위기와 구조조정, 실업의 고통 속에서 안정된 직장을 바라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교원 처우와 복지도 놀라울 만큼 향상됐다. 이에 관한 교사들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교육재정이 튼튼해서인지 학교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 불요불급한 곳에 돈을 쓰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교총 조사에서도 교직 만족도가 낮아진 이유로 '보수와 후생복지 수준이 낮아서'라고 응답한 경우는 7.6%에 불과했다.

사기의 원천은 신뢰와 존경

선생님들은 불만과 할 말이 많겠지만, 더 힘을 내야 한다. 더욱이 지금처럼 공교육의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2세 교육에 대한 선생님들의 열정과 헌신이 더욱 더 소중하다. 개인의 편리만 챙기는 전교조 식 활동은 지지를 얻기 어렵다. 교사들이 힘을 내게 하는 원천은 돈이 아니라 신뢰와 존경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이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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