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5일 신임 원내대표로 이강래 의원을 선택한 것은 대외적으로는 선명성의 강화, 내부적으로는 비주류의 영역 확대를 의미한다. 지난 1년간 야성(野性) 부족 시비에 휘말렸던 원혜영 원내대표 체제에 대한 반작용, 야당의 존재감 부각을 원하는 목소리, 주류 중심의 당 운영에 대한 견제 기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원만한 성품, 치밀한 기획력 등 이 의원의 개인적 특장이 지지를 이끈 측면도 있다.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청 246호에서 열린 경선현장은 "오랜만에 당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는 의원들의 소감처럼 후끈 달아올랐다. 경선기간 동안 후보로 나선 이강래 김부겸 박지원 의원이 의원들에 쏟은 정성이 대단했고 심지어 박 의원은 이날 새벽 3시30분 귀국한 이미경 사무총장을 만나기 위해 인천공항에 갔을 정도였기 때문에 경선 열기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
세 후보가 10분 간 주어진 정견발표에서 강조한 점은 자신이 거대여당에 맞설 적임자라는 것이었다. 이 의원은 "선명하고 강력한 야당, 유능한 대안야당을 만들어 연말까지 당 지지율을 25%로 높이겠다"고 강조했고, "정동영 의원의 복당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도 교량 역할을 맡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계파대표가 아닌, 당의 화합과 발전을 위한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민주당은 기호 2번일 때 항상 승리했다, 기호 2번 박지원"이라고 소개, 박수와 폭소를 유발했다. 김부겸 의원은 "개혁 진영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다"며 "싸울 때 사자같이 싸우고 협상할 때 여우같이 협상해 공세적 야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1차 투표 결과는 총 77표 중 이 의원 35표, 김 의원 22표, 박 의원 20표. 뒤늦게 출전한 박 의원이 예상과 달리 2위 김 의원과 2표 차로 낙마하자, "우와"하는 감탄사가 쏟아졌다. 결선투표에선 박영선 신학용 의원이 의총장을 빠져나가 75명이 참여했고 이 의원이 46표로 28표의 김 의원을 누르고 압승했다. 1차 투표에서 박 의원을 지지했던 의원들 중 다수가 이 의원을 택한 것이다.
특히 주류의 지원을 받은 김 의원이 결선에서도 28표에 그쳤다는 사실은 비주류의 세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 신임 원내대표가 이종걸 의원과의 단일화를 통해 비주류 단일후보가 됐기 때문에 정동영계 등 비주류의 목소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경선과정에서 중도자 역할을 자임한 만큼 주류와의 갈등보다는 화합 쪽으로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적으로 이 신임 원내대표는 6월 국회에서 첫 시험을 보게 된다.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을 둘러싼 쟁투에서 제1야당의 위상을 각인시켜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이 신임 원내대표도 "여권에 기존안의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며"국민여론이 수렴되지 않은 상태에서 표결처리는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종의 기싸움이자 선명성을 예고하는 일성이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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