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양국간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우리의 의지를 미국측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기존 협정문을 변경하는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본부장은 이날(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양국 첫 통상장관 회담을 가진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한미 FTA가 조속히 결실을 봐야 한다는데 양국이 입장을 같이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한미 FTA의 진전을 위해 미국이 원하는 것과 관련, "앞으로도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양측의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이 아닌 다른 형태의 논의는 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워싱턴의 통상 전문가 사이에서는 자동차나 쇠고기 문제를 FTA 협정문이 아닌 별도 협의를 통해 조정하는 방안이 새로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양국 통상장관이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공식적으로 만난 첫 자리인 만큼 이날 회동에서는 실무 사안이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자동차, 쇠고기 등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었다"며 "양국간 경제를 증진시키기 위한 의견 교환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커크 대표는 회담 직후 성명을 통해 "한미 FTA의 상황을 검토했고 우려사항에 대해 의회 및 이해 관계자들과 어떻게 논의할 지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우려 해소를 위해 양국의 긴밀한 협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미 FTA의 진전 필요성에 대한 양국 통상장관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FTA의 조속한 비준에 대한 미 의회의 기류는 여전히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도 전날 만난 찰스 랭글 하원 세입위원장, 샌더 레빈 하원 무역소위 위원장, 찰스 그래슬리 상원 재무위 공화당 간사 등으로부터 "경제가 어려운 상태에서 무역 어젠다를 밀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고충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연내 비준 가능성에 대해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달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비롯해 올해 양국 대통령이 만날 기회가 네차례나 있기 때문에 "좋은 모멘텀과 찬스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회가 불만을 갖고 있는 자동차, 쇠고기 문제에 대한 논의가 아직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고, 한국보다 앞서 체결된 파나마 콜롬비아 FTA 비준절차도 남아있어 올해 비준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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