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가 잘 나갈수록 이탈리아 근로자들은 불안하다(?)
미국 크라이슬러와 제너럴모터스(GM)의 유럽 자회사 오펠 인수 추진으로 주가를 올리는 피아트가 정작 종업원들로부터는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잇따른 인수합병에 따른 대규모 감원과 공장폐쇄로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6일 이탈리아 각지에서는 피아트 근로자 1만5,000명이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본사가 위치한 북서부 토리노에서도 시위대 수천명이 거리를 메웠다. 이들은 '우리는 모두 피아트 가족' '근로자 도움 없이 발전할 수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감원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노조원 조르지오 애라우도는 "우리가 없었다면 오늘날 경영진들이 이토록 칭찬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근로자들은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최고경영자(CEO)의 인수합병이 필연적으로 중복투자 논란을 일으키면서 공장폐쇄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특히 산업화가 덜 진행된 남부지역은 더욱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시칠리아와 나폴리의 피아트 공장 근로자들은 언제 실직자가 될지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 경영진은 대규모 인수계획 발표 후 노조와 일자리 보장에 관한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AFP통신은 향후 나폴리 공장은 규모가 줄어들고 시칠리아 공장은 아예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펠 공장이 위치한 독일 카이저스라우테른과 영국, 오스트리아 공장도 폐쇄 리스트에 올라있다. 피아트가 오펠 인수 후 1만8,000명을 감원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지만 독일에서는 노조가 경영에 깊이 관여하기 때문에 대량해고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이탈리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토리노에서 일하는 에르메스 나카리는 "침묵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우리(근로자)는 회사 좋은 일에 흥을 깨뜨리는 사람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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