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없이 저를 키워주신 어머니- 낯선 한국학을 공부한다고 할 때 남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어머니는 용기를 주셨습니다."
15일 경희대학교 주최로 이 학교 크라운관에서 열린 제12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독일인 데니얼 린데만(사진)씨의 사연이다. 고려대 교환학생으로 지난해 8월 한국에 온 그는 이날 '세상 최고의 멋쟁이, 우리 어머니'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커온 자신의 가족사를 담담하게 읽어 내려가 800여명이 넘는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이스라엘 군인으로 독일에 파견된 아버지는 어머니를 만나고, 린데만 씨를 잉태했지만,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는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생이별을 해야했다.
27개국 1,106명의 외국인이 참가한 이번 대회의 주제는 '어머니'와 '한국을 즐기는 법.' 참가자들은 이국 생활에서 겪은 희로애락과 고국에 대한 향수 그리고 한국에 대한 정을 쏟아 냈다.
중국에서 부산외국어대로 유학 온 팽려위(여ㆍ금상) 씨는 "가가 가가? (그 아이가 그 아이인가?)와 같은 부산 사투리를 전혀 알아듣지 못해 한때 유학을 후회하기도 했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그루지야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바부나쉬빌리 마리암씨는 그루지야 내전 이후 홀로 자식을 키우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회상한 뒤, 충남 홍성에 있는 시어머니를 자랑했다. 그는 "손녀를 돌봐주고 자신에게 한국어까지 가르쳐 주시는 시어머니가 이제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의상도 볼거리였다. 베트남의 '아오자이', 스리랑카의 '사리', 인도네시아의 '바틱' 등 전통의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주목을 끌었다. 이집트 여성 참가자는 히잡을 쓰고 네팔에서 온 승려는 승복을 입고 나오기도 했다.
경희대 국제교육원 김중섭 원장은 "대회를 통해 외국인이 한국을 어떤 방식으로 자기화하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줬다"며 "이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성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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