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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자오쯔양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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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자오쯔양 회고록'

입력
2009.05.18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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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02년 11월 장쩌민(江澤民) 주석의 '3개 대표론'을 공산당 규약에 삽입했다. 개혁개방에 따라 주요 사회세력으로 성장한 자본가와 지식인을 포용, 당의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이론이다. 공산당은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사오핑 이론과 '3개 대표' 사상을 당의 행동지침으로 삼는다"고 선언했다. 그 즈음, 반체제 지식인 바오퉁(鮑丹 )의 글이 홍콩 언론에 실렸다. 바오퉁은 1989년 6월 텐안먼(天安門) 사태로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당 총서기의 연설문비서를 지낸 인물로, 7년간 수감됐다 풀려나 베이징에 살고 있다.

■바오퉁은 '3개 대표론'을 비웃는 유머가 나돌고 있다며 이렇게 소개했다. 부시 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장쩌민 주석 세 사람이 모여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제거 방안을 논의했다. 부시는 "B-2 폭격기로 날려버리겠다"고 말했다. 푸틴은 '러시아 미녀 3명을 보내면 곧 지쳐 죽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장쩌민은 "3개 대표론을 들려주면 지루해 죽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처럼 유치한 글을 쓴 인물이 오랜만에 다시 국제뉴스에 등장했다. 톈안먼 사태 20주년을 앞두고 홍콩에서 출간된 자오쯔양의 '비밀회고록' 와 관련해서다.

■서방언론이 전한 출간 비화(秘話)는 엇갈리고 모순된 구석이 많다. 어쨌든 2005년 사망한 자오쯔양이 몰래 녹음해 간직한 테이프를 바오퉁이 외부로 빼돌리도록 주선했다는 것이다. 또 홍콩에서 출판업을 하는 아들이 4년에 걸쳐 내용을 영어로 정리했고, 미국 전직 언론인들이 회고록을 썼다. 관심을 모은 내용은 톈안먼 사태 때 강경대응을 이끈 리펑(李鵬)총리와 장쩌민 상하이 당서기 등은 실제로는 겁에 질려 몸을 피했고, 최고지도자 덩사오핑이 무도한 유혈진압을 주도했다 것이다. 특히 자오쯔양이 생전에 의회민주주의 도입을 역설했다는 대목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바오퉁은 베이징 호텔에서 서방언론과 만나 "테이프는 진짜"라고 증언했다. 거의 가택연금 상태로 도청 등 감시를 받는다고 줄곧 소개된 반체제 인사가 지극히 민감한 톈안먼 사태와 자오쯔양이 얽힌 녹음테이프를 빼돌리고 버젓이 외신기자를 만난다는 게 어색하다. 중국이 반체제 지식인까지 널리 포용하거나, 바오퉁과 서방언론이 저희끼리 과장한다고 의심할 만하다. 미국의 선전방송 Radio Free Asia에는 바오퉁의 글이 많이 올라 있다. 그런데도 지금껏 무사한 것에 비춰보면 '비밀회고록'은 가짜일 공산이 크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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