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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자택 침입 미국인은 '정신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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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자택 침입 미국인은 '정신장애'

입력
2009.05.1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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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63) 여사의 자택에 불법으로 침입, 수치 여사가 정치범 수용소에 투옥되도록 한 미국인 존 윌리엄 이타우(53)의 침입 동기와 정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적 지지자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이타우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는 퇴역 군인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15일"이타우는 PTSD 때문에 미 보훈부로부터 장애연금을 받는 베트남 전쟁 퇴역 군인"이라고 보도했다. 양아들 폴 니드로는 "지병인 당뇨 때문에 아버지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었던 것 같다"며 "수치 여사를 곤경에 빠뜨릴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타우의 친척들에 따르면 백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혼혈인 이타우는 전쟁의 상처 외에도 이혼, 아들의 사망 등 잇단 불행을 겪었다. 20여년간 뚜렷한 직업이 없었던 그는 지난해 10대 아들과 함께 미얀마를 방문한 적이 있다. 전 부인 이본 이타우는 AP통신에 "한달 전 쯤 현재의 가족이 있는 미주리주 남부를 떠나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나를 찾아왔으며, 용서에 관한 심리학 논문을 위한 자료 조사차 아시아로 떠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주리주 소재 포레스트연구소에서 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연구소에 등록된 학생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사회는 뜻밖의 곤경에 처한 수치 여사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마리 오카베 유엔 대변인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수치 여사가 정치범 수용소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듣고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근거도 없는 혐의를 적용해 수치 여사를 법정에 세우겠다는 미얀마 정부의 결정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피에로 파시노 유럽연합 미얀마 특사는 "수치 여사와 2,000여명의 정치범이 석방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타우는 3일 생수통에 의지한 채 헤엄쳐 수치 여사 자택에 잠입, 이틀동안 머문 뒤 5일 새벽 몰래 빠져 나왔다. 미얀마 군정은 가족이 아닌 손님이 심야에 방문하면 현지 관리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내세워 수치 여사를 감옥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27일 가택연금이 해제되는 수치여사의 연금을 연장하기 위한 미얀마 군정의 술수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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