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지원 기자의 좌충우돌 투자일기] <4> 투자설명회에 가보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지원 기자의 좌충우돌 투자일기] <4> 투자설명회에 가보니…

입력
2009.05.18 04:57
0 0

"경기가 좋아지면 주가가 오를까요?"

"아니죠. 그건 초보들의 생각입니다. 경기가 나아지면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주가가 오르면 경기가 좋아지는 게 맞습니다."

한 증권사 투자설명회장. 주부로 보이는 한 청중의 질문에 강사는 이렇게 일축했다.

듣자 하니 무슨 말장난 같았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강사는 꽤 그럴 듯한 이유를 부연했다. "주식은 경기가 안 좋아질 것 같을 때 미리 팔고, 반대로 경기가 좋아질 것 같으면 먼저 사게 됩니다. 이 때문에 경기가 좋아진 뒤에 주식투자를 하면 백전백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맞는 얘기였다. 주가가 경기에 선행한다는 통설을 그는 이렇게 설명한 것이었다.

바야흐로 주식투자설명회의 홍수다. 우리동네 증권사 지점 건물에도 투자설명회 개최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자주 걸리곤 한다. 그만큼 증시사정이 좋고, 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투자설명회에선 도대체 어떤 얘기들이 오가는지 궁금해서 집 근처 투자설명회에 가봤다. 물론 무료.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주로 은퇴자들로 보이는 장년층과 주부들. 증권사 직원에게 물었더니 대부분 온라인주식거래(HTS)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로, 노인들은 용돈이나 벌어보기 위해, 주부들은 아이들 학비라도 좀 보태보려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문가급 투자자나 고액자산가는 이런 불특정다수 상대의 투자설명회에는 오지 않는단다.

투자설명회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종목 찍기.' 강사는 좋은 종목을 고르는 세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첫째 최소한이라도 실적이 있는 기업에 투자할 것. 둘째 지난해 많이 오른 주식이 내릴 확률이 큰 만큼 피할 것. 마지막으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기업 대신 그 회사에 투자한 회사를 찾을 것.

꽤 괜찮은 조언이었지만, 청중들은 이 정도엔 성이 차지 않는 듯 싶다. 이런 원론적 얘기 말고, 구체적인 회사 이름 한 두 개라도 말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공부하는 요령이나 태도 같은 것 보다는 시험에 나올 문제를 잘 찍는 '족집게 과외선생'을 찾는 그런 분위기였다.

강사도 아는 듯 했다. 끝날 때 즈음 한 두 개 추천종목이라도 슬쩍 얘기해야만 투자설명회의 구색이 갖춰진다는 사실을. 그는 결국 조만간 상장될 주식 하나와, 그 기업에 지분을 가진 회사 하나를 소개했다.

처음 본 투자설명회였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내용도 괜찮았고. 하지만 '대박'을 건질 수 있는 그런 자리는 분명 아니었다.

초보 투자자들이여. 시간여유가 있다면 투자설명회에 얼마든지 가보시라. 대신 '족집게'를 기대하진 마시라.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