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무력 진압에 반대하다 숙청된 후 2005년 사망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가 생전 비밀리에 남긴 회고록이 출판된다. 톈안먼 2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당시 막후 상황을 가장 잘 알고있는 인물의 회고록 발간 소식에 중국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과 더 타임스 등은 14일 "자오 전 총서기가 가택연금 중 30개의 테이프에 비밀리에 녹음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국가의 죄수: 자오쯔양의 비밀 기록'이 곧 출판된다"고 전했다. 자오의 비서였던 바우퉁의 아들 부부(미국 거주)에 의해 번역ㆍ편집된 이 책은 당시 상황과 최고권력자 덩샤오핑(鄧小平)과의 애증관계 등을 담고 있다.
회고록은 무력 진압이 결정된 그 해 5월 17일 정치국 상무위원 회의 상황을 묘사했다. 자오쯔양은 "나는 화가 치밀었다. 어떤 경우라도 군을 동원해 학생들을 진압하는 총서기가 되고 싶지 않았고 사직서를 냈다"고 적었다. 자오는 이틀 뒤 톈안먼 광장을 찾아 눈물로 학생들에게 해산을 설득한다. 무력 진압이 일어난 6월 3일 밤 그는 "가족과 함께 정원에 앉아 있던 나는 총소리를 들었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비극은 결국 발생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그는 덩샤오핑이 경제개방에는 적극적이었지만 민주주의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자오 전 총서기는 "덩은 당 원로들에게 독재가 때론 유용하다고 강조했고, 민주주의는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덩과 리펑(李鵬) 전총리가 마오쩌둥(毛澤東)이 만든 독재 방지 규정도 없애려 했다고 증언했다.
그의 유족과 측근들도 비밀 회고록의 존재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바오퉁은 "기록을 남긴 시기는 2000년쯤일 것 같다. 그 즈음 자오쯔양은 감시의 눈을 피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녹음된 테이프는 그의 절친한 친구 3명에게 몰래 건네져 해외로 유출됐다.
중국 정부로서는 정치개혁파를 상징하는 자오쯔양 회고록 발간이 반가울 리 없다. 사태의 이면과 덩샤오핑에 대한 부정적 묘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회고록을 금서로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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