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현대종합상사 인수가 하루 만에 무산됐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14일 현대종합상사 매각을 위한 인수ㆍ합병(M&A)이 유찰로 최종 결정됐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단독 입찰자인 현대중공업이 제시한 가격과 채권단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반영한 적정가격과 차이가 컸다"고 유찰 이유를 밝혔다.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현대종합상사 매각 지분 가격을 최소 2,500억원 이상으로 산정했지만 현대중공업은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채권단과 현대중공업간의 시각차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외환은행측은 "현대상사의 실적이 계속 개선되고 있고 예멘 등 LNG 광구 투자 등 자원개발에 따른 추가 배당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반영한 가격을 원했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중공업 측은 자본 잠식상태에 빠진 중국 칭다오 조선소의 부실과 침체에 빠진 경기상황에 초점을 맞춰 최대한 보수적인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돈이 한푼이라도 아쉬운 채권단이 입찰 하루만에 유찰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만큼 현대중공업이 헐값을 제시했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도 한화에게 밀릴 만큼 '짠 배팅'을 했던 사례가 있다. 당시 매각을 주관했던 산은 관계자 조차도 "재무상태와 기술력 등 모든 부문에서 현대중공업이 우위에 있었지만 인수 가격이 한화와 상대가 되지 않았다"며 "인수 의지가 의심될 정도였다"는 불만을 나타냈을 정도였다.
한편 채권단과 매각주간사는 칭다오 조선의 재무상황 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현대상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한 뒤 연내 재입찰이나 수의계약 등의 방식으로 매각을 재 추진할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환경이 개선되고, 현대상사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는 만큼 향후 보다 좋은 조건으로 매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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