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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수상 '내 심장을 쏴라' 작가 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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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수상 '내 심장을 쏴라' 작가 정유정

입력
2009.05.18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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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내 인생을 상대하러 나선 놈, 바로 나"(338쪽)

정유정(43)씨의 장편소설 <내 심장을 쏴라> (은행나무 발행)는 정신병원에 갇힌 스물다섯 살 두 청년의 탈출기다. 탈출을 꿈꾸는 두 주인공은 화자인 이수명과 그의 룸메이트인 류승민.

수명은 이명 현상에 시달리는 정신분열증 환자. 고등학교 시절부터 6년간 입원과 퇴원을 거듭하다가 가장 최근에는 퇴원 일주일 만에 성추행범으로 몰려 중환자들이 수용되는 폐쇄병동에 갇혔다.

잔혹한 린치를 당하고 수용된 승민은 끝없이 탈주를 꿈꾸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이 자주 면회를 요청하는 것 외에는 좀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자신을 평생 정신병원에 가두어두고 자폐의 세계로 유폐시키려는 아버지에 대한 강한 반발심을 가진 수명은 승민이 재벌가의 숨겨진 아들로 이복형제들에 의해 강제로 병원에 수용된 사실을 알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의기투합하게 되는데.

두 젊은이의 탈출 기도와 과정도 흥미진진하지만, 정신병동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갇힌 인물들, 잔혹한 병동 내의 폭력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마상서커스 단원 시절을 잊지 못해 동료환자들을 자신의 애마 취급하는 늙은이, 자신을 버킹엄 궁전에 사는 공주라고 주장하는 여인, 비만 오면 노출 본능을 억제하지 못하는 사내 등 "미쳐야 사는데, 못미치게 하니까 미쳐버린" 인물들의 행태가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청소년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로 2007년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 정씨는 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5년 간은 중환자실 간호사 일을, 9년 간은 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심사 업무를 했던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

이번 소설은 정씨가 2007년 여름 광주 인근의 한 정신병원을 일주일간 출퇴근하며 취재를 통해 얻어낸 산물이기도 하다. 정씨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소설을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오랜 물음에 대한 응답"이라고 설명했다.

옴짝달짝할 수 없도록 개인을 옥죄는 운명의 심연에 대한 고민이 정씨로 하여금 정신병동이라는 폐쇄공간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는 것. 작가는 "삶은 평온하지 않지만, 그래도 살아내야 한다"며 이 소설이 쉽게 좌절하곤 하는 요즘 20대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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