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어제 남측에 보내온 통지문의 내용은 숫제 생떼에 가깝다. 개성공단 토지 임대료와 임금 세금 등 기존 계약의 무효화를 일방적으로 선포한 뒤 자신들이 새로 제시할 사항을 무조건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면 공단에서 나가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북측은 새로운 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임금과 세금, 토지임대료를 턱 없이 올리는 것일 게 뻔하다. 근로자 신변보장도 우리 쪽 요구와 거리가 멀어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결국 개성공단은 폐쇄될 수 밖에 없다. 북측은 진정으로 파국을 원하는지 되묻고 싶다.
북측이 내세운 명분도 억지스럽다. 기존 계약조건이 6ㆍ15 공동선언 정신에 따라 남측에 특혜적으로 적용한 결과인 만큼, 남측이 6ㆍ15 정신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철회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물론 입주업체들이 일부 특혜를 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통행 통신 통관 등 3통 불편에다, 정치적 리스크로 인한 사업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반드시 특혜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사정을 외면하고 '특혜 철회' 운운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북측이 먼저 제의했던 재협상을 일방적으로 접은 이유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를 내세운 것도 황당하다. 남측이 유씨 문제 협의를 실무접촉의 전제로 삼은 것은 개성공단 사업을 파탄시키려는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도발행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유씨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또 그가 북측 주장대로 '북한을 적대시한 죄'를 지었더라도 남북 당국이 협의해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순리다.
북측의 생떼 쓰기로 개성공단이 문을 닫게 되면 남북관계는 2000년 6ㆍ15 공동선언 이전의 단절과 대치로 되돌아간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으로나 안보 측면에서나 북측에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북측은 우리의 인내를 시험하는 듯한 언행을 마냥 계속해서는 안 된다. 이성적 대화와 협상에 나서기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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