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벅터벅 흙 길을 걸으면서 아내의 소중함, 삶의 의미를 찾았습니다."
강원 춘천의 한 노부부가 2,000리(800㎞)가 넘는 이국의 황톳길을 밟으며 부부가 왜 인생의 동반자인지, 삶은 무엇인지를 성찰한 내용을 담은 책을 발간했다.
춘천의 문화단체 '금토'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원상(71)씨는 아내 함은옥(67)씨와 함께 2008년 9월11일부터 10월15일까지 34일 동안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산티아고 가는 길)를 도보여행, 최근 <느림과 침묵의 길-산티아고> 라는 책을 펴냈다. 느림과>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프랑스의 생 장 피드포르에서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길로 예수의 12사도 중 한 명인 성 야곱이 복음 전파를 위해 걸은 순례길이다.
이씨는 매일 23㎞를 걸으며 생긴 에피소드, 지나온 삶에 대한 반성, 남은 인생에 다짐, 행복했던 순간들과 아내에 대한 고마움 등을 솔직하게 적고 있다. 특히 인생 황혼기에 떠난 노부부의 여행은 단순한 걷기가 아니라 고행을 통한 삶의 성찰이며 화해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스페인어는 물론 영어도 서투르지만 6개월간 언어와 체력훈련 등의 준비를 했으며, 여행을 떠난 뒤 평상 시 나누지 못했던 대화, 행복한 삶과 죽음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솔직하게 싣고 있다.
이씨는 "아내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도반이다. 내 버팀목이고 견인자다"라고 적었고, 부인 함씨는 "걷고 난 후 밀려오는 뿌듯함, 성취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 먼 곳을 무사히 걸을 수 있었다는 것 하나로 값지고 고마운 여행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배낭여행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부부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깨달았으며, 여행에서 만난 여러 마을 주민들의 십인십색의 모습도 다 의미 있는 삶이었다"고 적었다.
춘천=곽영승 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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