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미래 창업 후보들이에요."
수도권 변두리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기획 제작한 상품을 수출하고 도심에 번듯한 매장까지 장만할 계획이어서 주목 받고 있다.
화제의 학생들은 경기 화성시 조안면 삼괴고등학교 실업계 3학년생들. 2005년부터 경기도교육청과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비즈쿨(BizCool) 교육을 받은 이들은 의류, 화장품, 공예품 등을 직접 제작, 온라인을 통해 판매해 월 평균 1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비즈쿨은 '비즈니스'와 '스쿨'의 합성어로 학생들의 창업과 취업을 돕기 위해 중소기업청이 2002년 도입한 제도다.
이 학교는 이 같은 실적을 인정 받아 올해 전국 135개 비즈쿨 운영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창업특성화고로 지정 받은데 이어 화성시의 지원을 받아 6월초 병점역 신설 건물에 30∼40㎡ 규모의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외진 곳에 위치한데다 인문계와 실업계가 함께 있는 종합고교 형태의 이 학교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비즈쿨을 도입하면서부터. 인문계에 치이기 십상인 실업계 학생전원(347명)을 대상으로 창업교육에 나선 이 학교는 시행 1년 만에 경기도 최우수 비즈쿨로 선정돼 경기도 교육감상을 받았으며 2006, 2007년 연속으로 전국 비즈쿨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 학교 4층에 교실 2개(99㎡)를 터서 만든 매장은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재료를 사다가 만든 배냇저고리와 한방 비누, 한지ㆍ유리공예품, 화장품 등은 교사들뿐만 아니라 학부모,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인기다.
학생들의 열의도 대단하다. 20명의 '학생 사장님'과 200여명의 '학생직원'은 수업이 끝나면 이곳에 모인다. 납품용 물건에 대한 생산을 마무리하거나 마케팅 회의를 통해 활로 개척 방법 등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각 동아리 대표는 3학년생 1명이 맡고 10여명으로 구성된 학생 직원들은 재무와 생산 마케팅, 물류, 수출입을 맡는다. 상품은 주로 인터넷 쇼핑몰인 삼괴몰(www.samgoemall.co.kr)을 통해 판매된다. 이 학교 비즈쿨은 일본 비즈쿨과 수출입거래도 하고 있다.
상경대 입학과 의류 사업이 꿈인 '배냇세상' 대표 이다혜(고3ㆍ전자상거래학과)양은 올해 1만벌 판매를 목표로 직원들과 수업 후 매일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이양은 "지난해 직원이었을 때는 몰랐지만 대표가 되니 공부하면서 직원들에게 지시하는 게 조금은 부담이 되지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커졌다"며 "후배들에게 비즈쿨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비즈쿨 총괄 지도교사인 이난희 선생님은 "재학생들에게 사업을 통해 자신감을 심어주고 넓은 세상을 경험시키는 것이 비즈쿨 운영 목표"라며 "학생들이 공부와 사업을 병행하기 때문에 매출액은 높지 않지만 사업 과정을 통해 미래를 설계한다면 교육적 성공"이라고 밝혔다.
삼괴고 비즈쿨은 건전한 기업 활동으로 얻은 이익을 사회 환원하는 사업가 배출을 또 다른 목표로 하고 있다.
학생들도 고아원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매출의 50%를 기부하는 등 벌써부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고 있다. 올해는 장학금까지 지급할 계획이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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