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 고교에서의 집단 발병을 비롯해 A형 간염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A형 간염은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초기 진단이 어려운데다, 최근에는 대부분 항체가 없고 소아에 비해 감염되면 증상이 악화하기 쉬운 20~30대 환자가 크게 늘어 주의가 요구된다.
15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 1~4월 전국 의료기관 표본조사 결과 1곳 당 A형 간염 발병 보고건수는 1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9건)의 2배를 넘었다. 특히 20~39세가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20, 30대 환자의 급증은 역설적으로 국내 위생환경 개선의 결과다. 40, 50대는 어린 시절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돼 대다수가 항체를 갖고 있는 반면, 국민 위생의식 개선된 이후 태어난 20, 30대는 바이러스 노출 기회가 줄어 항체 보유율이 10% 이내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소아들은 감염돼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지만, 항체가 없는 성인이 감염되면 증세가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A형 간염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고, 백신 접종을 필수예방접종 항목에 포함해 소아는 물론 군인 등을 대상으로 접종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A형 간염은 환자와 접촉한 손이 입에 닿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식품, 물 등을 섭취하면 감염된다. 증상이 몸살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자칫 치료시기를 놓쳐 병이 악화하기 쉽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임형준 교수는 "증상이 감기몸살과 비슷하지만 콧물과 기침이 없고 아주 심하게 피로감을 느끼며 더 지나면 소변색이 짙어진다"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A형 간염은 수인성 전염병이므로 예방을 위해서는 개인위생에 철저한 주의를 기울이는 게 최선이다. 전병율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손이나 음식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손을 잘 씻고, 깨끗한 물과 잘 익힌 음식물을 섭취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동 급식 등 단체생활이 많거나 동남아나 아프리카 등 위생상태가 취약한 지역을 여행할 경우에는 미리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접종원가는 4만원(2회 기준)으로 비교적 비싸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