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던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란 표현이 무색해졌다. 한때 세계 11위까지 올랐던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순위가 갈수록 쳐져 향후 수년간은 14~16위권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주로 신흥 경제대국들의 급성장과 환율에 민감한 우리 경제구조 때문. 이를 극복하지 않는 한, 이명박 정부의 '7대 경제대국' 포부 역시 요원하다는 얘기다.
경제규모 5년새 3단계 추락
14일 한국은행이 정리해 발표한 세계은행의 '세계발전지수' 통계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9,698억달러ㆍ잠정치 기준)는 비교 대상 188개국 가운데 14위를 차지해 2006년과 같았다. 2000년 12위에 이어, 2002년 11위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으나 2004년(12위)부터 매년 한단계씩 밀리고 있다.
주 원인은 신흥국들의 성장. '브릭스'의 구성원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자원부국들이 수년간 높은 경제성장을 이어가며 2007년 나란히 10,11,12위를 차지, 2002년 10위와 11위였던 멕시코와 한국을 5년 만에 정확히 3단계씩 밀어냈다.
향후 5년간은 15위권 머물듯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순위가 지난해 15위를 기록하고, 올해와 내년에는 16위까지 밀릴 것으로 관측했다. 또 2011∼2014년에는 다소 상승하나 14위에 머물 것으로 봤다.
여기에는 환율의 영향이 크다. 매년 환율에 따라 달라지는 명목 GDP가 기준이어서 작년말~올초 상대적으로 높았던 원ㆍ달러 환율이 순위를 더 떨어뜨린 셈이다. IMF는 향후 5년간도 한국의 고환율을 점치고 있는데 실제 결과야 어쨌든 지금처럼 외부환경에 따라 원화가치가 널뛰기를 하는 한, 경제규모의 추세적인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신흥국 못지 않은 경제성장이나 원화가치 안정을 이루지 못하면 당분간 10위권 진입은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1인당 소득은 50위권
2007년 현재 우리나라의 명목 국민총소득(GNI) 규모(9,558억달러)는 비교 대상 209개국 가운데 14위였지만 1인당 소득은 50위권으로 나타났다. 1인당 GNI는 1만9,730달러로 48위를 차지했고 물가수준까지 고려해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1인당 GNI(2만4,840달러)는 50위로 평가됐다.
1인당 GNI는 아시아의 주요 경쟁국인 대만(1만7,299달러)보다는 높지만 싱가포르(3만2,340달러), 홍콩(3만1,560달러)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 하지만 한은은 "국민 수가 적은 덕에 소득이 높은 나라들을 제외하면 한국의 1인당 소득이 낮은 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인구 4,000만명 이상 국가들 가운데 한국의 1인당 GNI 순위는 미국(4만6,040달러ㆍ1위), 독일(3만8,990달러ㆍ3위), 일본(3만7,790달러ㆍ5위) 등에 이어 8위였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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