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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노래가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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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노래가 좋아서

입력
2009.05.1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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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이들이 또 있을까. 여러 나라 사람들을 두루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일본인들이 우리보다 앞서면 앞섰지 결코 뒤지지는 않는 것 같다. 두 번 목격했다. 한 번은 어느 해 여름 사이판에서였다. 수영장과 이웃한 노천 카페에서 칵테일에 취한 일본인들이 밤 늦도록 노래를 불러댔다. 한 번은 얼마 전 회식을 마치고 들른 노래주점에서였다. 작은 홀에 피아노와 간단한 노래방 기기를 갖춘 곳이어서 노래를 부르고 싶은 손님들이 순번을 정해 노래를 불렀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는 이미 초로의 일본인 관광객 대여섯이 피아노 주위에 둘러선 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좀처럼 다른 이들에게 차례가 가지 않았다. 노래방이 자연스럽게 이차 장소가 된 지는 오래되었다. 직장인들이라면 애창곡을 두어 곡쯤 준비해둔다. 신곡을 따라잡는 센스가 있는 간부라면 신입사원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다.

노래가 서툴다면 탬버린으로 박자를 넣어주는 것쯤은 매너가 되었다. 애써 익혀놓은 애창곡이 하나인데 다른 이가 먼저 불러버리면 낭패도 그런 낭패가 없다. 꼭 사회생활이 아니더라도 애창곡 한 곡 멋들어지게 부르고 싶은 날도 있다. 자신의 애창곡을 불렀다고 해서 주먹질이 오고간 기사를 읽으면서 노래방에서밖에 위안을 받을 길 없는 우리의 이야기에 조금은 서글퍼졌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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