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영업중인 외국계 은행의 고객 신용정보 데이터베이스에서 자료를 빼돌려 대출 유치에 활용해온 금융권 대출 상담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7일 은행 고객의 이름과 전화번호, 대출현황 등 신용정보를 유출해 불법거래한 혐의(신용정보법 위반)로 신모(33)씨 등 대출상담사 4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적발된 대출상담사 가운데 1금융권인 은행에서 근무하는 피의자가 절반이 넘는 24명에 달했다. 경찰은 이들의 관리 책임을 물어 씨티은행, SC제일은행, HSBC, 외환은행 등 외국계 은행 4곳과 저축은행 3곳, 캐피탈업체 3곳 등 10개 금융업체도 함께 입건했다.
대출상담사란 금융기관과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대출 고객을 유치하는 업무를 하며, 대출을 성사시키면 금액의 2∼3%를 실적 수당으로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6년 4월부터 자신들이 근무하는 금융기관의 신용정보 데이터베이스에서 유출한 자료를 토대로 고객 정보를 재가공해 전자우편으로 주고받은 뒤 고객에게 대출 상담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영업에 활용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불법 거래한 고객 신용정보 누적량은 400만건에 이르며, 정보가 유출된 고객 수는 수십만명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자신이 보유한 신용정보를 다른 대출상담사에게 건네주는 대신 대출 계약이 성사될 경우 실적 수당의 절반을 받기로 하는 계약을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큰 전문직이나 대기업 직원 등은 따로 분류했으며, "내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았느냐"며 항의하는 고객들은 리스트를 따로 만들어 영업 대상에서 제외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들이 대출상담사에게 사무실을 제공하고 간부급 직원을 둬서 이들을 관리하고 있어 불법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은행들이 자사 대출 영업을 위해 신용정보를 조직적으로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출된 신용정보가 대부업체나 사채업자 등 사금융권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송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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