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뭇잎의 이름이 보석의 이름처럼소중히 지어져 있지 않은지 알 수 없다
물도마뱀의 이름이 노랑무늬영원이라니요
물결무늬라는 고둥이 있다니요
풍뎅이 이름이 아침깜짝물결무늬라니요
금강입술대고둥이라는 달팽이가 있다니요
나비의 이름이 수풀떠들썩팔랑나비라니요
많첩홍매실이라는 나무가 있다니요
풀의 이름이 꽃며느리밥풀이라니요
흰눈썹울새라는 새가 있다니요
나는 그 이름 하나씩 불러봅니다
노랑무늬영원 물결무늬고둥 아침깜짝물결무늬
금강입술대고둥 수풀떠들썩팔랑나비 많첩홍매실
꽃며느리밥풀 흰눈썹울새
누구도 그 이름 끊지 못하리
그 이름에 새겨진 물결무늬 자국
● 이렇게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동물, 곤충, 식물, 조류들이 있다는 게 아닌게 아니라 너무나 경이롭다. 누가 이런 아름다운 이름을 그들에게 주었을까.
김춘수 선생님의 시 ‘꽃’은 우리에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해주지 않았는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다. 그 이름들을 불러준 이는 아마도 자신이 불러준 이름처럼 되지는 않았을까.
금낭화는 독일어로 하면 ‘눈물을 흘리는 심장’이다. 화관이 볼록한 주머니처럼 생겨 금낭화라고 우리들은 부르지만 독일인들에게는 그 화관이 심장처럼 보였나 보다.
그 분홍색의 심장이 툭 열리면서 피어나는 하얀 꽃 금낭화, 혹은 눈물을 흘리는 심장. 그 이름을 불러보면 어떤 때는 황금주머니가 내 앞에 있는 것 같고 어떤 때는 어떤 심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는 듯하다.
천양희 선생님이 시에 기록한 이 이름들을 햇빛이 낙낙한 오후에 지고 있는 그리고 피어나는 들판의 꽃들을 보면서 불러본다. 이렇게 많은 아름다운 이름들을 기록한 이 시가 저절로 획득한 아름다움을 생각한다. 시인은 아마도 이렇게 이름을 불러주는 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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