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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세안(ASEAN) 국가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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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세안(ASEAN) 국가의 중요성

입력
2009.05.1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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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를 뒤집어 보면 한반도가 아시아 대륙 끝에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서태평양을 향해 뻗어나간 동아시아의 교두보처럼 보인다. 바다를 향한 진출이 숙명적임을 알 수 있다. 우리 고문서에도 남중국해와 말라카 해협, 나아가 멀리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바다 길을 통한 해외 진출과 교류의 역사가 많이 기록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많은 교류를 가졌던 동남아시아는 지금은 경제적으로 우리와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08년 동남아 국가와의 교역규모는 902억 달러를 기록했고, 우리의 동남아 투자는 35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번째 교역 및 투자 대상이고, 우리가 지속적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내고 있다.

한국은 동남아 국가들의 협력기구인 아세안(ASEAN)과 상품ㆍ서비스 부문 자유무역협정(FTA)을 이미 발효시켰고 투자협정도 금년 중에 체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의 경우 한국과의 교역규모가 옛 종주국 영국과의 교역보다 많은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 입장에서도 천연가스의 거의 전량을 동남아 국가에서 수입하는 것을 비롯해 자원의존도가 아주 높다.

이처럼 밀접한 상호관계에 비해 동남아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상은 아직도 단편적이고 편견에 치우친 경우가 많다. 덥고 습한 날씨, 까무잡잡한 피부에 가난하고 게을러 보이는 주민들, 수시로 화산이 터지고 지진이 일어나는 곳, 값싼 관광을 즐길 수 있는 만만한 지역, 이런 선입견이 많다.

그러나 동남아 사람들은 한류 열풍을 통해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좋아하고 있다. 또 국제결혼과 이주노동으로 수많은 동남아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와 살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는 다문화적 다양성에 적응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오만한 편견을 벗어나 같은 눈높이로 동남아를 관찰하고 서로에게 도움 되는 길을 찾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한반도와 대만, 동남아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전역과 조공관계를 맺고 자국 중심의 국제정치질서를 유지했다. 지금은 동남아에 진출해 있는 5,000만 명이 넘는 화인(華人)들이 중국의 동남아 전략에 든든한 바탕이 되고 있다. 일본도 명치유신 이래 동북아와 동남아를 포괄하는 '대동아공영권'을 꿈꾸며 태평양전쟁까지 일으켰다. 지금도 동남아를 경제적 앞마당으로 여기고 지속적으로 가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 나라는 동남아 국가를 상대로 저마다 엄청난 물량 공세를 펼치며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틈을 비집고 동남아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세련되고 치밀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산업, 환경, 복지, 노동 분야 등의 경험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미래를 위한 가장 정직한 투자인 사람에 대한 투자, 과학기술 교류와 교육지원 확대에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남아 국가들은 특히 한국의 교육투자 성과에 관심이 많다. 우리의 풍부한 인적 자원을 교류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국은 1989년 아세안과 부문별 대화관계를 맺은 데 이어 1991년 전면 대화관계를 수립했다. 관계수립 20주년을 맞아 다음달 1일 제주도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이런 뜻 깊은 회의를 통해 한 차원 높은 우호협력 동반자 관계를 다지는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동남아와의 관계 강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국가 과제가 되고 있다.

윤진표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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