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 재판 개입 사태의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촛불판사'들의 회동에 이어 18일과 19일 전국 8개 법원에서 잇따라 판사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소장판사들의 반발 강도가 이번 주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대법원이 판사들에게 '논의 수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밝혀져 불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되고 있다.
17일 각 법원에 따르면 18일에만 서울서부지법과 가정법원, 부산ㆍ인천ㆍ수원ㆍ울산ㆍ의정부지법 등 7개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열리고, 19일에는 광주지법이 판사회의를 개최한다. 특히 서울가정법원은 단독판사 뿐 아니라 배석판사들도 함께 하는 연석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 직급별 판사회의로 외연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소장판사들의 발언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단독판사 회의를 맨 처음 개최했던 서울남부지법은 "신 대법관의 행위가 법관의 독립성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는 결론을 도출하는데 그쳤으나, 같은 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은 "다수의 판사들이 신 대법관의 대법관직 수행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하루 뒤 서울동부지법 판사들은 "'절대 다수'는 신 대법관이 더 이상 대법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문건에 명시, 수위를 한층 높였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반발 수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촛불판사'로 불리는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들은 두 차례 회의에서 구체적인 행동방안을 결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이 이번 사안의 직접적 당사자들이며 사태를 촉발시킨 장본인들이라는 점에서 향후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다. 만일 이들이 강경 대응을 천명할 경우 다른 판사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판사회의가 앞서 진행한 4곳과 예정된 8곳 외에 다른 지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회의 주체가 이미 배석판사로 확대됐고 일부지방에선 부장판사 회의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점도 사태의 조기 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오해의 여지가 충분한 대법원의 행위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 행정처 소속 판사들이 17일 오후부터 18,19일 판사회의가 예정된 전국 8개 법원 판사들에게 "논의 내용의 수위를 낮춰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해 이미 "또 다른 부적절한 개입"이라는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주 중 신 대법관에 대해 직접적 사퇴요구를 담은 성명서 발표나 연판장 회람 같은 사태로 발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반면, 판사들이 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앞선 회의에 참석했던 대다수 판사들도 신 대법관의 대법관직 수행이 부적절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법관의 신분이 헌법에 보장돼 있는 만큼 직접적 '사퇴 촉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사태가 악화될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지는 이번 주초에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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