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세계 최대 컴퓨터 칩 제조업체인 미국 인텔사에 불공정거래 혐의를 적용해 사상최대 금액인 10억6,000만유로(약 1조7,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는 2004년 윈도 운영체제에 다른 기능을 끼워 팔던 마이크로소프트(MS)에 부과했던 4억9,700만유로의 2배가 넘는 액수로 EU가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부과한 벌금으로는 최대 규모다.
EU 집행위원회는 13일 정례 집행위원단 회의를 열고 인텔에 3개월 내에 벌금을 전액 납부하라고 발표했다. 집행위는 특히 인텔이 경쟁업체인 AMD를 견제할 목적으로 자사칩을 사용하는 HP, 에이서, 델, 레노보 등 개인용컴퓨터(PC) 제조업체에 리베이트를 지급해온 불공정 행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AMD 제품을 사용하려는 PC제조업체에 금품을 제공해 출시를 중단하거나 연기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고 집행위는 밝혔다.
집행위는 2002년부터 인텔의 불공정영업 관행을 조사했으며 벌금액수는 지난해 인텔 매출액의 4.15%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닐리 크뢰스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인텔이 5년 넘게 부당행위를 해온 점에 감안하면 벌금액수는 놀라운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다. 인텔측은 "이번 결정은 잘못됐다"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AMD측은 "칩을 선택할 권한은 독점업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PC업체와 소비자가 하는 것"이라며 EU 발표를 환영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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