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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줄이려 600억 투입 '학원 같은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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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줄이려 600억 투입 '학원 같은 학교'

입력
2009.05.1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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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인 서울 S고는 최근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의 하나로 이른바 '대입 종합반'을 만들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을 학교 수업이 끝난 뒤에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반이다.

수강 학생 수준을 4단계로 나누고, 반당 정원은 15명 이내로 묶었다. 강사진은 외부 강사가 주축이다. 운영 형태만 보면 영락없는 사설 학원이다. 경기 B고는 지난달 명문대 진학을 겨냥하는 학생들을 위해 심화학습반을 개설했다.

일종의 특수반으로, 외부 강사가 방과 후 학교를 찾아 수학과 과학탐구 영역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있다. 경남 A초등학교는 우수 학생들을 선발해 수리과학 통합반을 운영 중이다. 학교가 사(私)교육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는 부분이 공통점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3일 이런 학교들을 '사교육 없는 학교'로 분류해 6월까지 전국적으로 총 400개의 초ㆍ중ㆍ고교를 선정한 뒤 7월부터 재정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학교를 아예 학원으로 둔갑시키겠다는 발상"이라는 지적이 많아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사교육 없는 학교는 시도교육청 공모를 통해 지정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시도교육청이 1.5배수의 후보 학교를 선별해 교과부에 추천하면 현장 실사를 거쳐 최종 선정한다.

우수한 정규수업 프로그램을 갖고 있거나,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학교가 일단 유리하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교육비 줄이기 취지에 맞게 서울 부산 등 사교육이 성행하는 대도시 지역과 사교육 수요가 있는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학교를 우선 선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와 사립초등학교, 자립형사립고, 자율형사립고, 다른 사업으로 정부에서 5,000만원 이상 운영비를 지원받는 학교 등은 선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교과부는 사교육 없는 학교 한 곳 당 1억5,000만원씩 총 600억원을 지원하고, 해당 학교는 자율학교로 지정키로 했다. 학교장은 이 예산으로 우수 강사 및 교사를 활용한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정규 수업 내실화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교과부 판단이다.

교과부는 그러나 매년 2차례 예정된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성과 평가에서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 예산 지원을 중단할 계획이다.

교과부의 이 같은 장밋빛 구상과 달리 교육계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적지 않다. 사교육 없는 학교의 방과 후 프로그램이 주요 교과목 위주로 편성돼 외부 강사가 대거 유입되면 학교가 학원화 할 가능성이 크고, 이렇게 되면 학생들의 학습 부담도 지금보다 훨씬 커질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윤지희 '사교육없는 세상' 공동 대표는 "'사교육 없는 학교'는 학원 강의를 학교로 끌어들이는 것에 불과하다"며 "학부모가 부담하는 사교육비가 잠시 줄어들지는 몰라도 정부가 목표로 하는 사교육 경감 효과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일각에서는 교사간 위화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교 측이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입시과목 위주로 운영할 게 뻔해 이 경우 프로그램 참여 교사 강의비를 대폭 인상하게 되면 다른 비인기 과목 교사의 상대적 박탈감은 지금보다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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