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달러인가, 140만달러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추가로 받았다는 40만달러에 대한 검찰과 노 전 대통령측의 주장이 맞서면서 의혹이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의문의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를 위한 미국 내 주택 구입과정이다. 검찰과 노 전 대통령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는 2007년 9월 박 전 회장에게서 40만달러를 송금받아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160만달러 짜리 고급주택의 계약금으로 썼다. "(아들) 건호가 미국에서 살 만한 집을 대신 알아봐 주고 계약도 해라"는 권 여사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검찰은 이 40만달러가 같은 해 6월 말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대통령 관저로 전달된 100만달러와는 '별개의 돈'이라고 못박았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정 전 비서관은 100만달러를 받은 뒤 일일이 세어보기까지 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측의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40만달러는 애초 요청했던 100만달러의 일부로, 정 전 비서관한테서도 이 같은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관저에서 권 여사가 받은 돈은 60만달러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홍 기획관은 "당시 태광실업측의 100만달러 환전기록까지 확보했다. 문 전 실장도 사실을 정확히 모르고 한 얘기일 수 있다"고 일축해 양측의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총 액수는 100만달러가 맞다는 노 전 대통령측 주장이 맞다 해도 치명적인 문제는 남는다. 사용처 해명의 문제다. 노 전 대통령측은 ▦2007년 6월을 전후로 자녀에게 송금하거나 이를 위해 빌린 채무변제로 40만달러 ▦이들이 귀국했을 때 건넨 20만달러 ▦박 전 회장의 APC계좌로 송금한 40만달러 등으로 사용처를 대략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거의 대부분이 자녀에게 건네졌다는 얘기다. "개인 채무변제에 썼다"는 당초 해명과는 상당히 달라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는 "40만달러 부분 때문에 그간 용처를 못 밝혔던 게 사실"이라며 "권 여사가 건호씨 주택구입을 위해 돈을 쓴 사실은 끝까지 숨기고 싶어했던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