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국제유가는 국내경제에 약일까 독일까.
수출주도형 경제인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국제유가가 올라가면 수출단가가 높아져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경기회복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게 일반적 생각. 하지만 현 시점에선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3일 "두바이유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79달러를 넘지 않는다면 한국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유가수준이 79달러를 벗어나지 않고, 원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하지 않는 한 물가도 안정될 거라고 분석했다.
지금의 유가상승이 한국경제에 크게 짐이 되지 않는 까닭은 선진국보다 먼저 경기회복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보유국에 대한 수출확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원자재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주요 자원수출국의 경기회복을 견인해 해당 국가의 수입여력을 확대시킬 것으로 본다"면서 "그만큼 이들 국가에 대한 우리나라 수출도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에도 유가 상승기의 우리나라 수출은 확대되는 패턴을 보였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자원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던 2004~2008년 한국의 전체수출은 연평균 13.6% 증가했다. 특히 자원부국에 대한 수출비율은 2004년 6.4%에서 2008년 15.6%로 배 이상 증가했다.
물론 유가가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에는 득(得)보다 실(失)이 커진다. 수출증대 효과보다 수입확대 효과가 더 커져,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물가상승을 초래하기 때문.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던 작년 상반기, 달러기준 수입물가 상승률은 20.4%(1월)에서 35.8%(7월)로 급등했고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9%(1월)에서 5.9%(7월)로 올라가면서 경제불안이 확대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처럼 한국경제에 약과 독으로 갈릴 유가 분기점을 배럴당 79달러로 상정했다. 유가가 배럴당 79달러 이상으로 급등하면 무역수지는 악화되고 물가는 불안정해지는 등 부정적 효과가 압도하게 된다는 것. 물론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으로 이제 겨우 60달러를 겨우 넘은 국제유가가 79달러 이상으로 뛸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아 보인는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김 연구원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올 하반기 유가가 지난 고점 수준인 배럴당 130달러로 급등하면 138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포인트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하반기 국제유가가 임계치 범위 안에 있을 때를 최대한 활용해 브라질, 러시아 등에 대한 자원부국 수출에 힘써야 한다"며 "그러나 유가상승이 중장기적으로 계속될 경우 국내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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