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국내에서 재출간된 <지로 이야기> (양철북 펴냄)는 일본의 청년교육운동가 시모무라 고진(下村湖人)의 자전적 대하 성장소설이다. 교사로 재직하다 1933년 47세로 은퇴한 고진은 2년 후 도쿄에 일본연합청년단강습소를 세웠지만, 정부 압력으로 4년 만에 그만두고 집필에 몰두했다. <지로이야기> 는 고진이 52세에 쓰기 시작해 죽기 1년 전인 70세까지 무려 18년 동안 쓴 역작이다. 그는 이 소설을 도쿄대 영문과 재학시절 이미 구상했다고 한다. 일본 성장소설의 대표작 <도련님> 의 작가이자 대학 선배인 나쓰메 소세키의 강의를 들으면서. 도련님> 지로이야기> 지로>
■<지로이야기> 는 미완이다. 시골에서 태어난 주인공 지로(次郞)가 격동과 굴곡의 가족사와 현대사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살아가는지를 7부작으로 그릴 예정이었지만 작가가 세상을 뜨는 바람에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지로(6부)와 이후의 지로(7부)는 쓰지 못했다. 그러나 그전까지의 지로를 통해 보여준 올바른 삶을 위한 용기와 선택만으로도 충분히 성장소설의 명작으로 인정 받았다. 당시 일본 국민들의 호응이 얼마나 뜨거웠으면 "비교육적"이라고 비난했던 서슬 퍼런 일본 군국주의 당국조차 출판을 막지 못했다고 한다. 지로이야기>
■<지로이야기> 에는 지로의 성장과 삶에 큰 영향을 미친 두 인물이 있다. 아버지 ??스케와 지로의 중학교 은사인 아사쿠라이다. 아사쿠라가 사춘기 시절 지로에게 '세상과 역사'의 스승이라면, 아버지는 '인간과 삶'의 스승이었다. 아버지는 누구보다 지로를 인정하고 믿으며, 지로의 행동과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했다. 주먹밥에 흙을 뿌린 상급생과 싸우다 도저히 이길 수 없자 무릎을 물어 뜯어 상처를 입힌 지로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옳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이 아무리 강해도 물러서면 안돼. 그렇다고 개처럼 물어뜯는 짓은 다시 하면 안 된다" 지로이야기>
■중국의 수필가이자 만화가 펑츠카이는 <아버지 노릇> 에서 아이들의 행동거지가 자신과 똑같기를 바라는 것은 불구자가 건강한 자에게 똑같은 행동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스케에게 자신을 투영시킨 고진 역시 <지로이야기> 를 통해 세상 아버지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아이를 틀에 가두어 본성을 망치지 말라는 것이었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언젠가는 후회도 하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돼". 소설이니까 그렇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곧 아이의 첫 스승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지로이야기> 아버지>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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