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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지옥 자카르타의 '카풀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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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지옥 자카르타의 '카풀 공생'

입력
2009.05.1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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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용을 소유한 부유층은 가난한 이웃을 돕고, 가난한 사람은 부자 이웃의 출퇴근길을 빠르게 해주고…"

출퇴근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교외에서 도심으로 향하는 간선도로 변에서는 여성과 아이들이 지나가는 자가용 승용차를 향해 손가락을 쳐드는 모습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혼자 또는 두 명이 탑승한 자가용이 잠시 멈춰 이들을 태우고 도심으로 사라진다. 자카르타에서는 도로변에 서 있는 이들을 '자키'라고 부른다.

교통 정체로 악명 높은 자카르타는 교통난을 완화하기 위해 출퇴근시간 도심과 교외를 잇는 간선도로에 3명 이상이 탑승한 차만 이용할 수 있는 카풀차로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가 뜻하지 않게 자가용 소유자와 도시빈민의 공생관계를 형성시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 '나 홀로' 운전자는 도로 변에 서 있는 자키를 태운 뒤 카풀차로를 이용하면 더 빨리 도심으로 진입할 수 있다.

차에 동승한 대가로 1달러 정도를 받는 자키는 20센트 짜리 버스를 타고 처음 서있던 곳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이런 자키 생활을 10년 이상 한 사람도 많다. 최근에는 교통난이 심해지고 경제난이 겹치면서 그 숫자가 20배 가까이 늘었다.

카풀차로제의 취지가 무색해지자 교통 당국은 고민에 빠졌다. 경찰차가 부지런히 순찰하지만 그때마다 자키들이 일시적으로 사라졌다 다시 몰려들기 때문에 효과가 별로 없다. 단속에 걸려도 며칠간 구치소에 다녀오면 된다. 정부는 이 때문에 전자카드를 이용한 유료차로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자카르타 시 교통 책임자는 "전자카드가 도입되면 자키가 얻는 불법 수입을 시 당국이 가져올 수 있다"고 NYT에 말했다.

하지만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인도네시아 과학원의 인류학자 루스디 무츠타르는 "카풀차로제가 부유층과 빈민의 정서적 소통통로가 되고 있으며, 부족한 사회보장체계를 보완하는 비공식 사회보호망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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