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원로들은 한나라당의 친이계와 친박계 갈등에 대해 "나라 경제가 어렵고 남북관계도 심각한 상황에서 여당이 계파 싸움을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자주 만나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모델'을 거론하면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에서 박 전 대표가 당 또는 정부에서 중책을 맡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 대통령이 자원 외교를 마치고 귀국한 뒤 외국방문 결과 설명을 위해 박 전 대표를 청와대로 부르는 등 여러 형식으로 두 사람이 만나 흉금을 터놓고 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이 나라 걱정을 하면서 진정으로 박 전 대표의 협조를 요청할 경우 박 전 대표도 흔쾌히 국정 운영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먼저 포용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면서도 "박 전 대표도 계파 보스보다는 나라를 걱정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측이 신뢰를 쌓는 과정에서 힐러리 모델과 유사한 박 전 대표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전 의장은 "과거 여당이 분당됐을 때 국정이 실패했다"며 "한나라당은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김무성 원내대표'시도가 무산된 데 대해 "주류측이 먼저 박 전 대표에게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김무성 카드를 추진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정무장관과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역임한 신경식 전 의원은 "청와대를 비롯한 주류측의 정무 기능이 취약해 계파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청와대 정무 기능을 강화하고 정무장관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파 간 소통을 위해 친박계 인사에게 정무장관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일 이명박 정부가 실패하면 친이계뿐 아니라 친박계도 그 책임과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면서 "따라서 친박계는 국정과 당무에서 거리를 두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 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에서 경력을 더 쌓는 게 차기 대선에서도 유리하다"면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나서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총리나 당 대표 등 중책을 맡는 일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의했다.
한나라당 상임고문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한나라당 내분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압승하고, 지난 총선에서 172석을 얻도록 한 국민의 뜻은 경제 살리기를 위해 합심해 노력하라는 것임을 알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나서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물밑 대화나 회동 등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면서 "서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행 조치를 취한 뒤 통합 조치도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의장은 "친이계와 친박계가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하고, 문제를 만든 쪽이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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