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 징계가 아닌 경고를 선택하고 신 대법관이 사퇴 거부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소장 판사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면서 사법부가 빠르게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소장 판사들은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신중론을 펴는 판사들도 적지 않아, 14일로 예정된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남부지법의 단독판사회의가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소장 판사들은 경고 수준에서 사태를 마무리한 이 대법원장과, 끝내 후배 판사들의 요구를 외면한 신 대법관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촛불재판 배당 파문의 진원지였던 서울중앙지법 소장 판사들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은 신 대법관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결정에 반발해 지난 주 연구 모임을 결성한 데 이어 전체 단독판사가 참석하는 판사회의를 14일 오후 6시 열기로 했다.
한 일선 판사는 "대법원장이 이번 사태를 너무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비판했고, "신 대법관이 사퇴를 거부하고 버틴다면 정면 대결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연판장을 돌리자는 제안까지 나왔다가 신 대법관 사과 발표 이후 보류되기도 했다. 연판장은 이전 사법파동 때에도 판사들이 이를 통해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명한 바 있어 사법파동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서울남부지법도 서울중앙지법에 앞서 같은 날 오후 1시 판사회의를 열기로 했고, 서울북부지법과 부산지법에서도 판사회의 소집 움직임이 감지되는 등 파장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부장판사 이상 고참 판사들을 중심으로 소장 판사들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 자칫 이번 사태가 법원 내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들은 "탄핵과 형사소추 때문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 있어도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며 신 대법관 사퇴 요구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정진경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전산망에 "징계로는 정직도 힘들 사안으로 대법관을 사퇴시킨다면 헌법에 보장된 법관 신분 보장은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며 "법관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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