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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설계 세계적 전문가 미국 'HOK' 장택현 건축사 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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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설계 세계적 전문가 미국 'HOK' 장택현 건축사 내한

입력
2009.05.1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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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학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실험실의 안전성은 그에 비해 너무 뒤떨어져 있습니다."

연구실과 실험실 설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건축설계사 장택현(55)씨는 우리나라 과학 기술인들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었다.

13일 실험장비 전문업체인 ㈜CHC랩의 초청을 받아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방문한 그는 건축가 2,600여명을 거느린 세계적 건축설계회사인 미국 뉴욕 'HOK'의 과학기술 설계분야 책임자이다.

그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을 비롯해 세계적인 연구기관 및 대학 50여 곳의 연구시설을 설계했고, 현재 사우디아라비아가 수백억 달러의 돈을 쏟아 부어 건설 중인 'KAUST(킹압둘라과학기술대학)'의 연구실험 분야 설계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국내 연구소와 대학 등에서 실험실 안전사고가 빈발하는 것에 대해 '인식의 부족'을 지적했다. "정부와 기업, 대학 등이 연구시설을 건축할 때 건물 외관 등 다른 부분에는 신경을 많이 쓰면서 정작 안전성과 관련된 부분에는 돈 쓰기를 아까워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일산 국립암센터, 서울대병원 삼성암연구센터 등의 설계에도 참여했지만 예산부족으로 안전에 필요한 시설을 충분히 설계에 반영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설계자는 실험 장비의 설치와 위험물질의 배치, 폐기물 수집처리 등에서부터 연구원들의 행동을 배치하는 것까지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을 설계에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에서 화학석사 학위까지 받았으나 전공을 건축학으로 바꿔 25년째 건축가로 일하고 있다. 그의 과학 지식은 설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처음에 일반 건물을 설계하다가 한번은 전염병연구소 설계에 참여했는데 동료 건축가들이 과학자들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내가 이 분야에서 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에서 30년 가까이 살고 있지만 그는 미국시민권자가 아니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조부는 일제시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이며 국어학자인 고 장지영 선생이다.

그는 조부를 "작은 체구에 외유내강형의 선비"로 회상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화학자였던 고 장세희 서울대 교수가 그의 선친이다. 미국 유학 중 화학에서 건축학으로 전공을 바꾸는데 아버지의 반대가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부모님은 누구보다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다"고 말했다.

한국에 3년 만에 온 그는 "앞으로 한국의 과학기술 분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사진=이중호기자 jhl199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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