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6개월 만에 처음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했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장중 배럴당 60.08달러까지 올랐다가 58.85달러로 마감해 전날보다 0.6% 상승했다. 이날 기록한 60.08달러는 34달러 선까지 떨어진 2월에 비해 3개월 만에 73%나 오른 것이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12일 57.37달러를 기록해 석 달 만에 43% 상승했다.
유가 상승은 곡물, 금속 등 국제 원자재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세 설탕 가격은 최근 3년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으며 밀 가격 역시 올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석 가격도 최근 6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유가가 오른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세계 2위 석유 소비국 중국은 지난달 원유를 하루 390만 배럴 수입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4% 정도 늘어난 것이다. 중국의 월 단위 수입량으로도 사상 두 번째다.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달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도 원유 수입 증가의 한 이유다. 중국은 원유 외에 다른 자원도 사들이고 있는데 지난달 철광과 구리 수입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경제가 최악의 순간을 벗어나고 있다는 전망과 미국 달러의 약세도 원자재 가격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되자 헤지펀드와 연기금 등 큰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원자재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모처럼 긍정적 신호를 보이는 세계 경제에 유가 상승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 유가가 배럴 당 10달러 오르면 미국 산업생산과 소비는 월 평균 55억달러가 줄어든다"며 "요즘 같이 경제가 취약한 시기의 유가 상승은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라고 JP모건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유가 60달러가, 향후 경제 회복이 본격화해 석유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초래돼 유가가 다시 급등하는 것을 어느 정도는 막아줄 수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대부분의 석유 회사가 신규 유전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수익분기점을 배럴당 60달러 내외로 삼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 아라비아가 국제유가 목표치를 75달러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유가가 좀 더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투기수요가 진정되면 유가가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가 더 많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의 마이크 위트너 유가 분석가는 "최근의 유가 상승은 실물경제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때문이 아니라 돈의 흐름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휘발유 소비는 1년 전에 비해 4%나 줄었다. 게다가 5월 1일 현재 미국의 석유 비축량은 1조8,000만 배럴로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천연가스 비축량 역시 1년 전에 비해 34%나 늘어났다. 씨티그룹의 에너지 분석가 팀 에반스는 "석유시장이 마치 경제가 회복세로 전환한 것처럼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경제 회복세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면 유가는 배럴당 40달러 내외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WSJ에 밝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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