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경기흐름이 바뀌는 걸까. 경제위기 극복의 최일선에 있는 만큼 경기 판단에도 신중하기 마련인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잇따라 '변화의 조짐'을 말하고 나섰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12일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여러 지표들로 감지되는 경기회복의 분위기를 '공식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이들의 발언은 남다르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1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선진 10개국(G10)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주관한 뒤, "아직 안심할 시기는 아니지만 성장에 관한 한 세계경제가 경기 사이클 상의 변곡점 근처에 도달했다"며 "다른 중앙은행 총재들도 경제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위험 수치나 채권간 금리차 등 지표들만 보면 금융시장이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으로 회복된 게 아니냐는 판단도 가능하다"며 "본격적인 경기 회복에 대비한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회수 같은 '중장기 출구전략' 마련이 중요하다"고까지 말했다.
세계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에서도 희망적인 메시지가 잇따랐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날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주최 회의에서 "(최근 실시된 은행 스트레스테스트 후) 초기 반응이 고무적"이라며 "이번 테스트가 경제회복의 핵심요소인 은행권의 민간자본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면서 투자자금이 다시 모이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인민은행의 수닝(蘇寧) 부행장도 이날 열린 금융 회동에서 "중국이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 역시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이 총재는 12일 "경기가 한 두달 사이 크게 나빠진 것도 없지만 현저히 개선된 것도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최근 들어 하강속도가 뚜렷이 완만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령 -10%로 나빠지던 경기가 -3%로 속도를 줄였다면 상당한 변화"라며 "이런 점에서 (트리셰 총재의 변곡점 판단과) 기본적인 인식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어 "당장 올 하반기에 경제가 상당히 좋아질 것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말 전망했던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벗어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과잉유동성 논란과 관련, "단기자금의 증가세가 빠른 점은 주시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유동성이 너무 많다고 판단할 때는 아니다"고 했고 환율 급락에 따른 수출 악영향에 대해서는 "수출에는 안 좋을 수 있지만 여러 경제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2.0%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당분간 현 수준의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 금리동결 방침을 시사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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