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 수준이 한국보다 한참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일본에서 한국인이 정상급 '미캐닉'(Mechanic)으로 활약하고 있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레이싱팀인 무겐(無限) 팀의 '수석' 미캐닉 정영훈(37)씨는 일본어도 모른 채 1997년 대한해협을 건너가 모터 스포츠의 수석 엔지니어 자리에 올랐다.
미캐닉은 자동차 경주에 출전하는 자동차의 정비를 담당한다. 수석 미캐닉은 전체 미캐닉들의 역할 분담은 물론 경주용 자동차 정비의 총책임을 맡는 인물이다. 일본 모터스포츠에서 한국인 수석 미캐닉은 정씨가 처음이다. 초를 다투는 경주용 자동차의 특성상 미캐닉의 역할은 경기 우승의 향방을 결정짓는 변수다.
정영훈 씨는 10일 강원도 태백 레이싱파크에서 열린 국내 자동차경주대회 2009 CJ 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을 지켜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일본 내 주요 자동차 경주대회 가운데 하나인 슈퍼GT에서 500클래스에 출전하고있는 무겐팀의 수석 미캐닉인 정영훈 씨는 '드라이버가 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97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드라이버의 꿈은 일본에 가서 자동차 경주를 보면서 곧바로 포기했다"는 그는 "처음에 일본어 학원부터 다니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이듬해부터 자동차학교를 다녔고 포뮬러 도요타에 취직해 처음 미캐닉으로 일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후 특유의 성실함과 실력을 인정 받아 2005년 무겐에 입사한 그는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근무하는 조직에서 불과 1년 만에 수석 미캐닉 자리를 꽤 찼다.
자동차에서 엔진을 제외한 나머지 섀시 부분 총책임을 맡고 있는 정영훈 씨는 2008년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내구 레이스인 '르망24시'에도 수석 미캐닉으로 출전했다. 그는 "한국 자동차 경주대회를 직접 보니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느꼈다"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 팀도 르망24시에 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미캐닉
자동차 경주에 출전하는 자동차의 정비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을 가리키는 전문용어.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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